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회장 공석 이후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위와 개혁을 요구하는 축구인들은 현재와 같은 선거 구조에서는 회장 얼굴만 바뀔 뿐 기존 권력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 회장 선거의 선거인단은 192명에 불과했다. 시·도 축구협회와 각급 연맹 등 기존 조직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축구협회장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은 반발하고 있다.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은 최근 KBS 인터뷰에서 혁신위에 참여한 박지성과 이영표를 향해 “인생을 얼마나 살았고 법과 사회를 얼마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느냐”고 말했다. 직선제 검토에 대해서도 “아시안게임과 A매치 등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행정 공백을 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며 현행 정관에 따른 조속한 보궐선거를 주장했다.
서 회장은 정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을 ‘13년 천하’가 아닌 ‘13년 희생’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승부조작 연루 축구인 등에 대한 기습 사면 추진을 두고도 절차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잘못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성완 충남축구협회장과 백현식 부산축구협회장 등 일부 지역 협회장도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정 전 회장의 공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런 발언이 축구 행정의 폐쇄성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정몽규 회장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시·도 협회부터 중앙 수뇌부까지 이어지는 축구 행정의 인식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천수 전 국가대표 선수도 “회장과 대표팀 감독만 물러나서는 개혁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협회 행정을 주도한 핵심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만 선거인단 확대나 직선제 도입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여서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비밀·직접선거 원칙을 중시해 온라인 투표 도입에도 제약이 따른다. 대표성과 공정성을 높이면서 현실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선거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정 전 회장은 떠났지만 그를 지탱했던 조직과 선거 구조는 남아 있다. 차기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되느냐보다 새 협회장을 어떤 방식으로 뽑느냐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과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대한축구협회.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