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이 LPGA 투어 여자 스코티시 오픈에서 3738일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신지은은 이날 우승으로 2016년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LPGA 첫 승을 거둔 이후 무려 10년 2개월 25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LPGA 투어에서 10년 이상 우승 공백을 깨고 정상에 오른 것은 1980년 이후 세 번째다. 만 33세 9개월 19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2025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이후 33세 9개월 이상 나이로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첫 선수가 됐다.
1992년생인 신지은은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6년 만 13세의 나이로 US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에는 15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 본선에 진출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쳤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했고, 한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2011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뒤에는 줄곧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꾸준함만큼은 투어 정상급이었다. LPGA 투어 통산 368개 대회에 출전해 48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데뷔 이후 한 번도 시드를 잃지 않으며 16시즌 동안 투어에서 경쟁력을 유지했다. 다만 꾸준한 성적에도 두 번째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KLPGA 투어에는 정회원이 아닌 초청 또는 추천 선수 자격으로만 출전했다. 국내 무대에서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고, 한화 클래식에서 기록한 2017년 공동 5위와 2022년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신지은(오른쪽)이 시상식 뒤 트로피 대신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PGA)
우승 후 신지은은 “리더보드를 계속 확인했다. 파자리 아난나루깐이 버디를 잡는 동안 나는 보기를 하면서 바로 뒤에서 압박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승부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짜릿했다”며 “우리는 모두 경쟁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나 역시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투어 활동을 이어왔지만, 우승이 없었던 시간은 신지은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어가 멈추면서 골프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경쟁을 사랑하는 선수인지를 깨닫게 한 전환점이 됐다. 그 시간은 골프를 잃은 시간이 아니라 골프를 다시 사랑하게 된 시간이었다. 두 번째 우승을 향한 목표도 그때부터 다시 선명해졌다.
신지은은 “투어 8년 차부터 12년 차까지는 목표도, 동기부여도 잃었다. 선수 생활의 중요한 시기를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데 보냈다”면서 “코로나19로 대회를 뛰지 못했던 기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프로골퍼가 아닌 삶을 경험하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다시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을 찾았고, 우승이 최대 목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팀(코치와 트레이너, 캐디)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신지은은 “나보다 팀이 나를 더 믿어줬다. 내가 흔들릴 때도 계속 ‘할 수 있다’고 믿어줬고, 그 덕분에 나 역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번 우승은 나 혼자 이뤄낸 결과가 아니라 함께 고생한 팀 모두의 우승”이라고 공을 돌렸다.
신지은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이미향, 김효주(2승), 유해란(2승) 에 이어 시즌 6승을 합작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정상에 선 신지은은 끝까지 ‘우승’보다 ‘경쟁’을 이야기했다.
“골프는 정말 어려운 스포츠지만 그래서 더 보람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경쟁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경쟁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신지은. (사진=LP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