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LG가 15대11 역전패를 당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6.8.21 © 뉴스1 김기남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주말 KBO리그는 메이저리그 '전설' 요기 베라의 유명한 야구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 9점 차로 이기고 있던 팀이 역전 당하고, 9회를 앞두고 5점 차로 앞서다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패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역대급 역전극의 첫 번째는 주말 3연전 첫날인 21일 대전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선발 투수 브루스 짐머맨이 1회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6피안타 2볼넷으로 통타 당하며 무려 7실점 했다.
2번째 투수 권민규가 급하게 올라와 불을 껐지만 3회 추가 2실점 하며 스코어는 0-9까지 벌어졌다. 모든 이들이 이 시점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봤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승리 확률을 보면, 3회말 한화가 무득점으로 끝났을 때 승리 확률은 1.7%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LG의 승리 확률은 98.3%에 달했다.
하지만 1.7%에서 대역전극이 만들어졌다. 한화는 4회말 2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5회 3점, 6회 3점을 뽑았다. 그 사이 2실점 했지만, 스코어가 8-11까지 좁혀지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8회말 한화 김태연이 2사 ,1,3루에서 역전 안타 후 홈에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2026.8.21 © 뉴스1 김기남 기자
급기야 7회말엔 김태연의 희생플라이와 문현빈의 적시타, 한지윤의 내야 땅볼로 3점을 추가하며 11-11 동점이 됐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8회말 김태연, 문현빈, 한지윤의 연속 적시타를 묶어 대거 4점을 냈고 결국 15-11의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9점 차 이상을 뒤집은 건 이번이 5번째다.
이전 사례를 보면 2013년 5월 8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0점 차를 뒤집은 게 역대 기록이고, 2003년 5월 27일 현대 유니콘스(對 KIA), 2009년 9월 12일 한화(對 히어로즈), 2022년 7월 7일 한화(對 NC)는 각각 9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미 2번이나 9점 차를 뒤집은 전적이 있는 한화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해 보였다.
키움 김재현이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키움 제공)
그런가 하면 23일 고척에선 '9회말의 기적'이 나왔다. 꼴찌 키움 히어로즈는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7로 뒤진 채 9회말 마지막 공격을 맞았다.
키움은 선두타자 권혁빈이 안타를 때렸지만 대타 이형종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 시점 키움의 승리 확률은 0.8%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여기서 서건창, 추재현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만루가 채워졌다.
KIA는 이태양을 빼고 최근 '마무리투수'로 전업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좌완 이의리를 투입했는데, 키움은 이마저도 극복했다.
맷 데이비슨이 우전 적시타로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고, 안치홍은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여기서 여동욱이 삼진으로 물러나 2아웃이 됐는데, 김재현이 무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렸다.
키움 히어로즈 김재현. (키움 제공)
김재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1군에서 단 7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이 경기도 김건희가 선발 마스크를 쓴 뒤 경기 후반 투입돼 이 타석이 첫 타석이었다.
게다 김재현은 이전까지 프로 통산 홈런이 단 7개에 그칠 정도로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수비형 포수'였다. 그런 그가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의 시속 155㎞짜리 강속구를 만루홈런으로 연결했으니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KBO리그 통산 9번째의 희소한 기록이다. 그중에서도 3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건 김재현이 3번째다.
1995년 7월25일 이동수(삼성)가 구대성을 상대로 3-6에서 만루포를 때린 게 첫 번째였고, 2002년 4월 10일 김응국(롯데)이 김진웅을 상대로 2-5에서 친 게 두 번째였다.
김재현은 무려 2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단단한 뒷문을 앞세워 선두를 달리고 있는 KT 위즈. © 뉴스1 김기남 기자
앞선 2경기에서 보듯 시즌 말미로 갈 수록 '뒷문 단속'의 중요성은 커진다. 한 경기로 순위가 갈릴 수 있는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는데, 다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허무하게 뒤집히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뒷문 단속의 중요성은 올 시즌 현재까지 기록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올 시즌 역전승 1위인 KT(32승)와 2위 삼성(31승)은 순위표에서도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5회까지 뒤지다 역전한 경기도 12승으로 가장 많다.
1위 KT는 역전패도 19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으며,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0.965(55승1무2패)로 1위다. '충격패'는 가장 적고 기분 좋은 뒤집기가 많았던 것이 실제 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 모양새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