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갑니다"에 씁쓸한 축구인들…"태극마크 무게 잊었나"

스포츠

뉴스1,

2026년 October 13일, AM 06:45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3 © 뉴스1 김도우 기자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감은 어디로 갔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병역 특례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부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현장 지도자들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팀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최근 축구계의 풍토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남자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선수들은 금메달과 함께 병역 특례 혜택도 받게 됐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간다"고 외치거나 "병역 특례만 생각하며 뛰었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가뜩이나 체육인 병역 특례 제도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프로축구 K리그2 구단을 이끄는 A 감독은 "고생해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너무 질타만 받는 부분은 축구 선배로서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발언과 행동들이 너무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어린 선수들이 자신만 생각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가 축구계에 만연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확 드러났다"고 말했다.

A 감독은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수로 녹아 있어야 한다. 서로 돕는 게 축구의 기본"이라면서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그 기본이 안 돼 있다. 팀이 어떻게 되더라도 자기만 생각하고 내 연봉, 내 수당, 내 결과를 중시한다"고 꼬집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4 © 뉴스1 박정호 기자

과거 K리그1 구단을 지휘했던 B 감독 역시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B 감독은 "우승 후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정상을 지킨 것에 의미를 두는 선수가 하나도 없더라"며 "한 나라의 국가대표라는 선수들이 팀보다 개인의 이득만 계산했다는 게 씁쓸하다.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한국 축구가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면서 "그 바탕에는 팀보다 자기 자신이 더 중요한 요즘 한국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축구를 보면 일본은 하나의 팀으로 싸우는데 우리는 태극마크고 뭐고 자기 잘나기에 바쁜 11명이 뛴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A 감독은 이러한 분위기가 프로 무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까지 왔다는 선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며 "우리 팀 일부 선수들도 개인이 어떻게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고, 팀 안에서 무언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면 바로 표정부터 바뀐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선생님이 '기피 직종'이라던데 프로 감독도 마찬가지"라며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K리그1 구단을 이끄는 C 감독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유소년 축구의 육성 환경을 꼽았다.

C 감독은 "요즘 엘리트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개인 레슨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레슨이라는 게 결국 자기만 돋보이기 위한 기술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기를 바탕으로 팀 전체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익혀야 하는 시기에 겉으로 화려한 드리블과 턴, 개인기 등을 배운다"며 "그래야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의 실력이 늘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현상들이 어렸을 때부터 팀의 목표보다 개인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며 "팀 스포츠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오후 일본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체육인 병역 특례 제도의 형평성과 정당성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A 감독은 "병역 특례 제도를 손보는 것까지 일이 커진 것으로 아는데, 축구계도 태극마크의 품위를 높이고 국위선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정적 노력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계 병역 특례를 무조건 다 없애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바뀐 시대에 맞게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D 축구 해설위원도 "선수들이 본질적 목표와 부수적 이득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판단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선수들의 일탈인지, 성적과 보상에 치우친 축구계 문화의 문제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이런 황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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