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팬들의 분노는 감독 한 사람에게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석에서는 캐릭 감독을 응원하는 노래와 구호가 나왔다. 대신 구단 수뇌부를 비난하는 구호가 함께 터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이클 캐릭 감독이 본머스전 대패 이후 눈시울이 붉어진 채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캐릭 감독은 코모전 이후 “일요일에는 달라진 팀이 될 것이다.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경기 내용은 변한게 없었다.
맨유는 전반 37분 프리킥 상황에서 하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이 끝나기 전에는 수비수 레니 요로가 미끄러진 틈을 타 마커스 태버니어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26분에는 에바니우송이 골키퍼 센네 라멘스까지 제친 뒤 좁은 각도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는 끝내 한 골도 만회하지 못했다.
주장 브루누 페르난데스를 벤치에 앉힌 결정도 논란이 됐다. 캐릭 감독은 경기 전 “순수하게 축구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팀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페르난데스를 투입하지 않았다. 페르난데스가 코모전 이후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팀을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기 결과까지 안좋게 되면서 캐릭 감독의 선택은 더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캐릭 감독은 경기 후 “책임은 내게 있다. 지금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나는 이 구단을 사랑하고, 구단에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첼시전에서도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했다.
팬들의 반응은 복잡했다. 경기 중 캐릭 감독의 이름을 연호한 팬들은 그가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선수들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과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 선수 영입을 맡는 제이슨 윌콕스에게도 비난이 향했다.
관중석에는 브라이언 롭슨, 에리크 캉토나, 로이 킨 등 맨유의 전설적인 주장들 사진과 함께 ‘기준(Standards)’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지금의 선수단과 경영진에게 구단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요구한 것이다.
감독 교체가 반복되는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맨유는 2024년 10월 에릭 텐하흐 감독을 경질했다. 후임인 후벵 아모링 감독도 올해 1월 내보냈다. 이후 임시로 팀을 맡은 캐릭 감독은 맨유를 두 시즌 만에 유럽 챔피언스리그로 올리면서 정식 감독이 됐다. 하지만 2년 계약을 맺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거취가 흔들리고 있다.
팬들의 불만은 성적만이 아니다. 구단 부채는 최근 회계 자료 기준 11억5000만 파운드(약 2조 원)를 넘어섰다. 입장권 운영 정책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10만석 규모 새 경기장 계획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대패로 캐릭 감독의 자리는 더욱 위태롭게 됐다. 팀 상황만 놓고 보면 경질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올드 트래퍼드에서 터져 나온 구호는 감독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구단과 경영진을 향한 팬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