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졌기에 더 단단하다'...프로당구서 전성기 활짝 연 조건휘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AM 11:59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당구 PBA에 조건휘(34·웰컴저축은행)의 전성기가 활작 열렸다. 선수 등록 후 첫 전국대회 우승까지 10년이 걸렸다. 프로 무대에서도 첫 결승 진출 이후 4년 6개월을 더 기다려야 우승 트로피를 만질 수 있었다. 그렇게 느리지만 한 발씩 차근차근 올라온 선수는 이제는 종목을 대표하는 최강자로 우뚝 섰다.

조건휘는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27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세트 점수 4-3으로 꺾었다. 이번 시즌 유일한 2승 선수이자 상금 순위 1위다. 통산 우승은 벌써 4회로 늘었고, 누적 상금도 6억 원을 돌파했다.

프로당구 PBA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대기만성' 조건휘. 사진=PBA
프로당구 PBA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대기만성' 조건휘. 사진=PBA
조건휘, 사진=PBA
조건휘, 사진=PBA
조건휘는 PBA 출범 전 아마대회에서 16강과 32강을 오가던 선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당구를 접했고, 이충복의 지도를 받으며 2008년 선수로 등록했다. 첫 전국대회 우승은 2018년 KBF 슈퍼컵이었다. 당시 국내 최고 우승 상금이던 5000만원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 전까진 변변한 우승 경력이 없었다.

선수로서 목표도 서서히 달라졌다. 조건휘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군 복무를 마치기 전에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구 자체가 재미있어 대회에 나갔지만, 성적에 크게 매달리지 않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 뒤 PBA가 출범하면서 직업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9년 PBA 출범과 함께 당구에 본격적으로 집중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조건휘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습량을 늘렸다. 당구장에 하루 10시간 이상 머물며 같은 배치의 공을 100번 넘게 반복해서 쳤다. 다른 선수의 영상을 보며 좋은 동작을 따라 했다. 자신에게 맞게 고치는 연습을 이어갔다.

프로는 노력의 대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조건휘는 이번 우승 뒤 “당구를 잘 치면 돈을 많이 주는데, 열심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높은 수준의 경쟁과 성적에 따른 보상이 훈련에 집중할 동기를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성과가 곧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프로 첫 시즌에서 한 차례 준우승을 경험한 뒤 다시 결승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2022~23시즌에는 1부 투어 잔류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마지막 대회에서 필요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다시 선발전을 거쳐야 했다. 조건휘는 이후 인터뷰에서 “당시 팀리그 자리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전환점은 2024년 2월이었다. 35번째 출전 대회에서 마침내 PBA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구를 치는 마음가짐을 바꾸니 공이 잘 풀렸다. 공격과 수비를 한꺼번에 고민하기 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눈앞의 한 점에 집중하길 했다.

그런 변화는 꾸준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제주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1차 투어와 5차 투어 우승을 이뤘다. 4차 투어에서도 4강까지 오르는 등 꾸준히 우승권에 근접한 성적을 내고 있다.

조건휘가 꼽은 비결은 지속성이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억지로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항상 해왔던 것들을 피하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며 “5년 넘게 꾸준히 해온 부분들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에는 여전히 끈기가 녹아있다. 뒤돌려치기를 보완하기로 하면 일주일 동안 그 기술을 집중해서 연습한다.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여유가 생겼다. “오늘 잘 안 되면 내일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한 경기의 부진을 오래 끌고 가지 않으려 한다.

아내의 지원도 큰 힘이 된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아내는 조건휘에게 “내가 돈을 벌어올 테니, 마음 놓고 당구만 쳐”라고 응원했다. 첫 프로 우승을 차지한 대회에서는 128강전을 마친 남편에게 회사 성과급을 보내기도 했다. 결과 부담을 덜어주는 가족의 지지가 오랜 훈련을 이어갈 밑바탕이 됐다.

네 차례 우승이 모든 약점을 지웠다는 뜻은 아니다. 조건휘는 우승한 결승 네 경기 가운데 세 경기를 풀세트로 치렀다. 스스로 5~6세트 집중력을 보완할 부분으로 꼽았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영원(하림)에게 패한 뒤에는 ‘기술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배웠다고 했다.

조건휘의 성장은 프로 무대가 제공한 기회와 선수 개인의 노력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킨 대표적 사례다. 경쟁은 연습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실패는 경기 운영과 마음가짐을 바꿨다. ‘한 번만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선수는 이제 다음 우승을 자신있게 말한다.

“우승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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