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따라잡을 '10년 로드맵' 7월 중 발표"[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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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전 05:3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따라잡을 로드맵을 7월 중 발표하겠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정재왈(61) 서울시향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향은 세계적인 악단이 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올해 창단 80주년,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시향은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라면서 “서울시의 든든한 지원, K클래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등도 서울시향이 성장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대표는 서울시향을 10년 안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단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베를린 필과 경쟁하는 악단’이라는 목표는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이었다”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직관이 있었기에 세운 목표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의 K클래식은 개인 연주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들 못지않게 우수한 실력의 연주자들이 많다”며 “K클래식의 한류는 오케스트라가 중심이 돼야 한다. 서울시향이 실력 있는 한국의 연주자들과 꾸준히 협업하면서 K클래식의 저력을 세계 무대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이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서울시향의 클래식 전용홀 설립 계획도 힘을 얻고 있다. 정 대표는 “서울시향 전용홀은 서울시향이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그렇기에 지금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취임과 동시에 베를린 필과 경쟁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이목을 끌었다. 내부에서 우려는 없었나?

△다들 처음엔 놀랐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당신의 목표를 격려해주고 싶다”고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도 서울시향을 세계적 악단으로 만드는 일에 무척 관심이 크다.

-구체적 방안은 갖고 있나.

△현재 10년 짜리 로드맵을 만들어가고 있다. ‘2035 미래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외국의 다른 악단을 벤치마킹해서 서울시향의 조직을 어떤 형태로 꾸리는 것이 좋을지, 단원들의 역량을 높일 방법은 무엇일지, 디지털화를 어떻게 준비할지, 향후 전용홀이 생겼을 때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지 등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다. 단원들과 언론의 의견도 반영할 계획이다. 7월 중에는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용홀 설립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에 설립한 뒤, 현재의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서울시향 전용홀을 함께 설립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10년 안에는 성사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서울의 클래식 전용홀은 강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강북 지역에도 당연히 클래식 전용홀이 생겨야 한다.

-전용홀이 생긴다면 서울시향의 활동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지나.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대관 경쟁을 하지 않고 서울시향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을 지금보다 더 짜임새 있게 운영할 수 있다. 언제든 녹음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는 만큼 디지털 콘서트홀 구현도 더 수월해진다. 교육 프로그램도 더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전용홀이 생긴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서울시향이 될 것이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다. 서울시향의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지난 6개월 동안 새로운 걸 하는 것보다 기존의 계획을 추진하는 데 집중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정서적인 자부심을 갖는 일에 신경 썼다. 서울시향은 과거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일로 직원들이 법정 소송에 휘말리는 등 아픈 상처가 있었다. 최근 소송도 마무리된 만큼 지나간 논란과 아픈 일은 다 잊으라고 하며 칭찬을 많이 했다. ‘베를린 필과 경쟁하는 악단’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한 배경엔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그간 대표를 맡았던 예술단체·기관과 서울시향의 다른 점이 있다면?

△서울시향 단원이 98명이다. 어느 단체보다도 많은 예술가를 보유한 단체다. 단원 모두 예술가로서 개성도 뚜렷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향의 대표도 일종의 ‘지휘자’다. 음악감독이 악단의 음악적 성취를 책임지는 지휘자라면, 대표는 경영 등 또 다른 차원에서 서울시향을 책임져야 한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다른 예술단체와 달리 정년이 없다. 서울시향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인데 해결방안이 있나.

△단원 정년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안을 노조 집행부에 제안해 놓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 합의에 이르기 위한 노조 측의 전향적이며 긍정적인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악장이 장기간 공석 중인 것도 문제다.

△악장은 그동안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신중하게 준비해서 내년 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단원들의 정년 문제와 악장 채용은 꼭 해결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향의 주목할 사업을 꼽는다면?

△실내악 공연을 강화하고자 한다. 지금도 서울시향이 실내악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를 새로운 시리즈로 브랜드화 해서 서울시향 단원들의 연주 역량과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울시향의 실내악 연주도 탄탄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정 대표는…

△1964년생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고려대 언론대학원 연극영화 석사 △고려대 대학원 문화콘텐츠 박사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LG아트센터 운영국장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총감독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전문위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금천문화재단 대표 △고양문화재단 대표 △서울사이버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