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성장 확신…사심 버리고 자부심으로 경영"[만났습니다]②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전 05:3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정재왈(61)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는 ‘경영은 사심을 버려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특히 공적인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예술 분야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문화예술은 공공기관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일이 많다”며 “사심 없이 기관과 단체의 요구를 충실하게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같은 경영 철학은 정 대표가 여러 기관에서 단체장을 맡으며 롱런하는 비결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문화부 기자로 맹활약했던 정 대표는 40대 젊은 나이에 언론사를 박차고 나와 LG아트센터, 서울예술단, 예술경영지원센터, 고양문화재단 등 민간·공공 문화예술기관에서 경영가로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서울시향 대표에 취임했다.

그는 “현장을 다니면서 취재하다 보니 우리의 문화예술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문화예술계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는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공간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의 강점이 더 빨리 세계로 뻗어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예술경영가는 ‘해석가’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예술정책을 잘 해석해 예술가들에게 알기 쉽게 알려주고, 예술가와 단체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크다.

서울시향은 98명의 단원을 두고 있는 단체다. 정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단원들과의 소통이다. 매 공연 빠지지 않고 참석해 단원들을 격려하며 단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정기공연이든 아니든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공연이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간다”며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을 찾아가 단원들을 격려하는 일은 대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원들과 일일이 면담을 하다 보니 금세 이름과 얼굴을 다 외웠다”며 껄껄 웃었다.

서울시향은 과거 내부 문제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정 대표는 “이제는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면서 “그동안 거쳐온 단체, 기관 모두 소중했지만 지금은 서울시향이 가장 소중하다”며 “서울시향이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