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5개국에 출간되고 20세기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성장소설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도서. 일본의 유명 여배우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소녀가 자신을 그대로 바라봐주는 선생님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19년 국내 출간 20여년 만에 새로운 판형으로 재출간되었다. 지난 3월 42년만에 후속작 '창가의 토토, 그 후 이야기'가 국내에서 출간되었으니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지난 2024년에는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어 제 33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옮김|김영사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갓 입학한 초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토토는 '도모에'라는 학교에 가게 된다. 그곳은 전교생이 50명이고 시간표는 없으며 전철로 된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학교. 수업 시간에는 산책을 가고 강당 바닥에 음표를 그리는 학교. 다음날 아침이 기다려지는 학교다.
고바야시 선생님은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과 소질을 간직하고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도모에 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을 긍정하는 일을 가장 중요히 여긴다. 토토를 처음 만난 날, 그가 토토의 이야기를 무려 네 시간이나 들어줬을 때 토토는 "처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이렇게 제대로 들어준 어른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르고 유별난 아이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듬는 좋은 어른의 앞에서 자신을 훼손하거나 지어내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가 된다.
1980년대 일본 출간 당시 한직으로 해고된 직장인들을 '창가족'이라 칭했던 유행이 제목의 원형이 되었다. 이전 학교에서 토토는 언제나 창가 자리에 서 있었다. 엉뚱해서, 장애가 있어서, 느려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또한 저마다의 이유로 창가 자리에 서게 되는 순간이 있다. 모두를 평등하게, 그러나 개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키워내는 도모에 학교의 전경은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걸, 창가 자리에서 우리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당연한 명제를 새삼스레 확인시킨다.
바쇼의 ‘오래된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라는 하이쿠가 있지. 연못 속에 개구리가 뛰어드는 걸 본 사람이 바쇼만은 아니었을 텐데. 김이 나는 주전자를 본 사람,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본 사람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와트 한 사람, 뉴턴 한 사람뿐이지 않았을 텐데. 세상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움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마음이 있어도 진실을 모르고, 감동할 줄 몰라 불타오르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야. ▶133쪽
교장선생님의 말이 토토의 마음속에 ‘나는 착한 아이야’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건 사실이었다. 토토는 언제나 뭔가를 할 때마다 선생님의 이 말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저지른 뒤에 “아차!”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일생을 결정했을지도 모를 만큼 중요한 이 말을, 토토가 도모에 학교에 있는 동안 줄곧 해주었다. “토토, 너는 사실은 참 착한 아이야.” ▶244쪽.
사진=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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