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서 김혜영 지역경영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로컬 관광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며, 관광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실행 가능한 구조 전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헌 민주당 의원(뒷줄 왼쪽 세번째)와 김혜영 지역경영연구소 이사장(앞줄 왼쪽 첫번째), 김바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앞줄 왼쪽 세번째) 등 관광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아젠다를 제시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김혜영 이사장은 전남 신안군의 ‘퍼플섬’ 사례를 들어 “지자체들이 색채 마케팅 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숙박·음식 같은 기본 인프라가 부재해 재방문율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 관광 수입이 실제 지역민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라며 “농림부·해수부 예산을 활용한 개발이 관광 아이템과 엮이더라도, 정작 관광산업으로의 연결고리가 사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투자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지방 현실에서, 관광 공공 인프라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로컬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로 ‘공공 구축+주민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생산자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관광은 단순 수익사업이 아닌 공동체 경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업·어업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지역에서 관광은 유일한 활로”라며 “그 가능성조차 기초 인프라 부재로 소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단언이다.
◇지역 파괴하는 획일화된 콘텐츠 경고
죄장을 맡은 김바다 회장은 관광의 콘텐츠 측면에서의 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출렁다리, 케이블카, 미디어아트, 파크골프장… 어느 지역을 가도 똑같은 관광 시설만 늘고 있다”며, “지자체 단체장들이 짧은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위해 지역의 고유성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다움이 사라진 관광은 반복 소비를 이끌지 못한다”며, “결국 지역 콘텐츠, 지역 이야기, 지역민의 삶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관광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역 관광 콘텐츠의 플랫폼 유통과 디지털 접근성 문제도 언급했다. “지방 관광 자원이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바로 흘러가는 구조는 국내 관광기업과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역 콘텐츠를 수집·등록·유통하는 시스템을 공공 기반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관광 벤처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광 생태계 거버넌스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관광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며 “획일화된 관광 자원과 단기 성과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사람과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진짜 로컬 관광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