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소비 데이터는 있는데, 아무도 안 쓴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전 07:35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관광소비는 이미 데이터로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걸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종훈 스페이셜코어 대표(한국스마트관광협회 부회장)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서, 현행 관광정책이 기술 변화와 현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김바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 회장이 맡아 ▲관광 인프라 ▲데이터 기반 복지 정책 ▲디지털 주권 문제까지 다채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헌 민주당 의원(뒷줄 왼쪽 세번째)와 이종훈 스페셜코어 대표(앞줄 왼쪽 두번째), 김바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앞줄 왼쪽 세번째) 등 관광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아젠다를 제시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관광 소비는 ‘복지’로… 소득공제도 가능하다

이종훈 대표는 “문화비는 소득공제를 받는데, 관광 소비는 왜 제외되는가?”라고 되물으며 관광 소비의 정책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람들은 관광지에서 소비를 많이 한다. 문제는 그 데이터가 신용카드사나 통신사에만 남고, 관광 행태 데이터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QR 결제나 모바일 입장권 등으로 관광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인프라는 이미 있다. 이를 복지형 소비로 정의하고 정책에 활용하면 관광 소득공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지금은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하지 않는 게 문제지,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행 통계 시스템의 비효율성도 비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조차 방문자 수를 팜플렛 소진량으로 역산해 계산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걸 데이터 기반이라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 다수가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이동하고, 예약하는 시대다. 그 행위 하나하나가 관광 데이터인데, 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국가 차원의 체계가 전무하다”며, “관광을 진정한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데이터 거버넌스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기업은 구글과도 싸워야 한다

이종훈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구글이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지역 관광 콘텐츠를 직접 수집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관광 벤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겉으로는 로컬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지역 데이터를 구글이 플랫폼에 독점 등록하려는 시도”라며 “디지털 주권 차원에서 우리 관광 데이터를 공공 시스템에 보관하고, 관광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바다 회장은 “로컬 관광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흘러가면 소비자는 편리해지지만, 국내 관광기업은 존립 위기를 맞는다”며 “플랫폼 생태계에서 공공·민간 간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글이 한국 지자체 데이터를 흡수하려는 시도는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선 플랫폼 권력 전쟁”이라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국내 관광 생태계는 수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이제 관광 콘텐츠는 관광기업만이 아니라 구글, 네이버, 정부도 다루는 시대다. 관광 데이터 주권, 플랫폼 접근권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