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안되고, 잘 곳도 없다"… 관광 인프라의 '민낯'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전 07:0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여행이 삶의 재충전 수단이라면, 지금 한국 관광은 리프레시보다 스트레스를 줍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은 관광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소장은 “이동과 숙박은 관광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수도권 편중과 체류형 인프라의 부재를 한국 관광의 핵심 병목 지점으로 지적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열린 ‘관광인 정책 토론회’에서 이우석 먹고놀기연구소 소장은 “외국인이 인천공항 통해 들어와도 지방 관광지를 둘러볼 기회조차 없다”고 강조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방 관광은 아예 기회조차 없다

이우석 소장은 발언의 시작부터 관광의 본질을 ‘이동’이라 규정했다. “생활 관광을 제외하면 관광의 핵심은 ‘이동’이다. 그런데 지금 외국인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와도 지방 관광지를 둘러볼 기회 자체가 없다”고 단언했다.

철도 중심 교통망 확충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외국인 개별 관광객은 국내에서 운전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철도는 수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광 시간대나 노선이 전혀 맞지 않는다. 관광 수단으로 철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의 두 번째 기본 요건으로 ‘숙박’을 꼽았다. “지방에는 가족 단위로 지낼 수 있는 숙소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숙박 예약만 하다가도 여행 의욕이 사라질 정도”라며 “고사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비수기·성수기 가격 차가 극심하고, 지역별 편차가 커 관광비용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며 “이동이 어렵고 숙박이 부담되면 관광은 애초에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형 지트(Gites), ‘농가 숙박’에 답있다

대안도 제시했다. 이 소장은 프랑스의 농가 민박 모델인 ‘지트(Gites)’를 언급하며 “정부가 폐농가를 지원해 숙소로 전환하고, 농민이 스스로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트는 관광객에게는 저렴하고 따뜻한 숙소, 농민에게는 수익과 일자리 창출, 지역에는 체류 수요를 불러오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이라며 “한국도 농가·어촌·산촌 등의 빈집을 활용한 체계적 숙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대기업이 지방 관광 숙박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는 현실에서, 민간에 맡기자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직언했다. “지방 관광의 사막화를 막으려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숙박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숙박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돼도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복지 실현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사람들이 우울할 때 여행을 떠나지만, 교통·숙박 문제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기초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채 관광산업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이동과 숙박이 기본이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광 정책은 아무리 멋져도 공중에 붕 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