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장 연극 ‘헌치백’ 신유청 연출. (사진=국립극장)
연극 ‘그을린 사랑’, ‘와이프’,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으로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등을 수상한 연출가 신유청(44)이 첫 무장애 공연 연출에 도전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신 연출은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갖게 된 상투적인 작업 스타일을 깰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무장애 공연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헌치백’은 희귀 근육질환인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이라는 중증 장애를 지닌 작가 이치카와 사오의 자전적 소설이다. 스스로 ‘꼽추 괴물’이라 부르는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임신과 중절을 도와주는 대가로 1억엔을 제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은 욕망과 욕구를 지닌 인간임을 돌아보게 한다.

국립극장 연극 ‘헌치백’ 연습 장면. (사진=국립극장)
신 연출은 “샤카는 타자와 ‘마찰’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마찰’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주변의 다른 사람이 우리의 존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라면 샤카는 그런 ‘거울’이 없다”며 “연극에선 샤카를 비춰줄 존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배우들에게 특정한 배역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국립극장 연극 ‘헌치백’ 콘셉트 이미지. (사진=국립극장)
샤카가 ‘임신’과 ‘중절’을 꿈꾸는 이유가 있다. 장애인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 이를 통해 장애·비장애의 경계 없이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신 연출은 ‘헌치백’이 장애인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 되길 바란다. 신 연출은 “관객이 ‘헌치백’을 통해 우리는 왜 존재하는 것이고 서로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만의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