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성 장흥군수 "문학은 사람이 남는 이유입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6월 04일, 오후 07:32

[장흥(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단지 문인만 많이 배출한 게 아니라 지역 자체가 삶과 자연, 서사의 구조가 곳곳에 녹아있는 ‘문학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사진) 전남 장흥군수는 지역의 다양한 문학적 자산을 재구성해 도시 전체를 ‘문학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문학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작가들이 나고 자란 ‘문인들의 고향’을 넘어 문학이 살아 숨쉬는 ‘문학관광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와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장흥을 문학이 살아 숨쉬는 ‘문학관광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와 청사진도 제시했다.(사진=장흥군청)
인터뷰 내내 ‘문학’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강조한 김 군수는 “지역을 드러내는 창(窓)인 문학을 통해 세계와 마주할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학의 과거가 아닌 미래, 읽고 듣는 것만 아닌 걷고 머무는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학적 자산을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청태전 체험장, 편백숲 우드랜드, 정남진 전망대 등 지역 관광자원에 문학 요소를 접목한 계절별 문학 페스티벌, 작가와의 북토크, 문학치유 프로그램 등 복합 체류형 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김 군수는 소개했다.

“문학은 지역의 얼굴을 정교하게 드러내는 언어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사입니다. 깊이감 있는 공감을 가능하게 만드는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지역 전체를 문학 플랫폼화해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는 동력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김 군수는 지난해 5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장흥 문학의 세계화를 여는 상징적 사건으로 손꼽았다. 한 작가가 부친이자 해양문학의 거장인 한승원 작가의 고향인 장흥을 자주 찾아 정서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는 “탐진강 카페거리, 예양강 산책로, 장흥문학관 뒤편 숲길 등 한강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을 중심으로 ‘문학 순례길’을 개발 중”이라며 “벽에 걸린 액자 하나, 책장 속 원고 하나로 끝내는 전시 위주의 기존 문학관을 뛰어넘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호흡하는 체험형 문학공간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남 장흥 한승원문학산책로


현재 장흥군은 장흥읍과 관산읍 일대에 ‘문학인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문인들을 위한 공간인 마늘은 거주형 숙소를 비롯해 창작 스튜디오, 북카페 등을 갖췄다. 매년 예비 작가 10~15명을 선발해 최대 3개월간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문학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김 군수는 “문학으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워크숍, 전시 등 프로그램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장흥문학상’은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전국 규모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문학관광기행 특구 지정을 계기로 2023년 제정된 장흥문학상은 수상자가 지역에 체류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작업실, 숙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독자와의 만남, 국제 문학교류 프로그램 참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 군수는 “장흥문학상은 이제 지역을 넘어 세계로 향해 나가야 한다”며 “수상자를 중심으로 한 창작 네트워크 구성과 국제 레지던시 연계 외에 장기적으로 유네스코 창의문학도시 네트워크 가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