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특수'에도 엇갈린 여행사 성적표…이유는?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전 08:33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5월 첫 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풍경은 ‘팬데믹 이전’을 방불케 했다.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 기간 동안 약 126만명의 여행객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갔다. 물론 이 숫자가 여행사에게 실적을 보장해주진 못했다. 패키지 여행에 의존하던 전통 여행사들의 ‘성적표’는 그 자체로 현재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증명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사진=연합뉴스)
◇하나투어는 웃고, 모두투어는 울었다

지난달 하나투어는 총 31만2477명을 해외로 송출하며 전년 대비 1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중 패키지 고객은 16만7774명, 자유여행(FIT) 이용객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탄탄히 늘었다.

특히 중국 노선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하나투어는 3~5월 내내 중국 패키지 송출객이 전년 대비 50%씩 증가하며 시장 회복의 ‘기수’ 역할을 했다. 고비용 구조가 남아 있는 중국 여행에서 언어·비자·문화 장벽을 패키지가 효과적으로 해소해준 셈이다.

반면, 모두투어는 지난달 10만109명을 송출해 전년 대비 무려 35.3%나 감소했다. 패키지 수요는 6만9202명으로 줄었고, 항공권·티켓 부문은 반 토막(-55.9%) 났다. 모두투어 측은 “상품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 설명했지만, 업계는 이를 ‘공격력 상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가를 높여도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가격만이 아닌 상품과 경험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문제는 이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동남아·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자유여행 수요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스케줄 확대, OTA(온라인 여행사)의 상품 다양화, SNS 기반 여행 콘텐츠의 확산은 ‘내가 직접 짜는 여행’이 주류가 된 시대를 만든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개별성과 감성, 가성비와 즉시성이 소비의 키워드가 되면서 전형적 일정 중심의 패키지 상품은 ‘덜 매력적인 옵션’으로 밀려났다.


◇패키지여행은 아직 죽지 않았다

“중국은 아직 패키지의 설 자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동남아는 달라졌다. ‘싸고 편한’으로는 고객을 설득할 수 없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결국 패키지 여행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뜻한다. 패키지의 미래는 ‘콘텐츠’와 ‘콘셉트’에 있다.

단순한 여행 동선이 아니라, 체험의 깊이와 의미를 담은 테마형 여행, 맞춤형 프리미엄 여정만이 선택받는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최근 미술관·와이너리·한류 팬투어 등 프리미엄 소형 패키지를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5~6월은 여행 비수기다. 하지만 7~8월 여름휴가 시즌이 본격화되면 또 한 번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여행업계 관계자의 생각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단가 경쟁으로는 OTA와 싸울 수 없다. 이제는 여행사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면서 “패키지의 존재 이유를 설득하고, 여행 이후까지 고객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의 가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