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폭군의 최후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6월 09일, 오전 06:00

네로 황제 흉상 삽화. (출처: 작자 미상, G. Ferrero, The Women of the Caesars, New York, 1911.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68년 6월 9일,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 네로가 30세로 생을 마감했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폭군 중 한 명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네로는 54년 16세의 나이로 황제에 즉위했다. 초기에는 철학자 세네카와 근위대장 부루스의 도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통치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의붓동생을 독살하고, 자신에게 간섭하는 어머니 소(小) 아그리피나를 살해했으며, 아내 옥타비아도 제거하는 등 수많은 친족 살해와 무자비한 숙청을 이어갔다.

64년 로마 대화재가 발생하자, 네로는 증거도 없이 그 책임을 당시 신흥 종교였던 기독교인들에게 돌려 대대적인 박해와 학살을 자행했다. 수많은 기독교인이 원형극장에서 맹수에게 던져지거나 십자가에 못 박히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당했다.


네로의 폭정과 과도한 지출, 그리고 무능한 정치는 결국 로마 전역에서 불만을 고조시켰다. 결국 68년 스페인 타라콘네시스 속주 총독 갈바가 반란을 일으켰다. 황제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근위대마저 반란에 동조하며 네로에게 등을 돌렸다. 원로원은 네로를 '국가의 적'으로 선고했고, 더 이상 지지세력을 찾을 수 없게 된 네로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네로는 로마를 탈출해 마지막까지 그의 편에 있던 한 해방 노예의 별장으로 피신했다. 그는 붙잡혀 치욕을 당하기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그는 마지막 순간 "이로써 위대한 예술가는 사라지는 것인가!"라는 말을 남기며 스스로 최후의 길을 선택했다.

네로의 죽음으로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는 종말을 고했다. 그는 이후 역사에서 폭군의 대명사가 됐다. 광기 어린 권력 남용이 어떻게 한 개인과 제국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