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술관 소장 병풍 2점, 우리 기술로 복원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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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6월 23일, 오전 10:08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 기술로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九雲夢圖) 병풍’과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百童子圖) 병풍’이 일반에 공개된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 복원을 마친 ‘구운몽도 병풍’, ‘백동자도 병풍’ 2점을 오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국외소재문화유산 특별 공개 전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전시하는 병풍은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 일환으로 2023년 10월 국내로 들여와 1년여 기간 동안 보존처리를 마친 것이다. 이번 특별 공개 전시 이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 장황 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발견돼 화면을 넓혀 그림이 드러나도록 새롭게 장황함. 왼쪽이 보존처리 전, 오른쪼깅 보존처리 후. (사진=국가유산청)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1637~1692)의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이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의 부모로부터 선물 받아 귀국길에 가져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딸인 재클린 보이드가 현재의 소장처에 기증했다.

이번 ‘구운몽도 병풍’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그동안 보수되고 변형된 흔적들을 확인했다. 미국으로 반출되기 전 병풍의 보수를 위해 배접지(그림이나 문서의 보존을 위해 뒤에 덧붙이는 종이)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913년 종묘와 관련된 문서를 비롯해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 등)이 발견됐다. 소설의 내용과 달리 그림의 배치가 바뀌어 있었고, 장황 직물도 서양에서 수입된 직물로 교체된 상태였다. 보존처리를 통해 그림의 배치를 바로잡았고, 일부 남아 있던 원래의 직물을 참고해 병풍 제작 당시의 모습과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했다.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 (사진=국가유산청)
‘백동자도 병풍’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 병풍은 1970년 미국 뉴욕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덴버미술관에 입수됐는데, 어떤 경위로 우리나라에서 미국까지 가게 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 보존처리를 위해 병풍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병풍 속 틀에 바른 종이로 일본에서 발행한 1960년 매일신문이 발견됐다. 이에 비춰 볼 때 19~20세기 처음 제작되고 1960년 이후 수리해 미국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존처리 전 ‘백동자도 병풍’은 여러 군데 오염과 결손이 확인됐고, 그림을 덧칠해 보수한 흔적도 눈에 띄게 남아 있었다. 손상은 주로 녹색 부분에 집중돼 있었다. 본래 칠했던 천연안료(녹염동광)가 아닌 인공안료(크롬그린)로 덧칠해진 상태였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인공안료 덧칠은 최대한 제거하고 새로운 직물로 메웠다. 19세기 후반 병풍의 색상과 형태를 참고해 재현했다.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 과거 보수 과정에서 덧칠한 녹색 인공안료 제거. 왼쪽이 보존처리 전, 오른쪽은 보존처리 후.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오랜 세월 여러 소장자를 거쳐 전해진 두 병풍은 군데군데 오염과 훼손이 많고, 과거 보수 과정에서 제작 당시(19~20세기)와 다르게 변형되기도 했다”며 “문화유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보존처리 작업을 통해 원래의 모습과 최대한 가깝게 복원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