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윤세호 인턴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이 '중립적' 이유로 '계엄령 비판' 미술 평론 원고를 전시 도록에 제외하면서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은 분관인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지난 3월 6일부터 진행 중인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의 도록을 제작하기 위해 남웅 평론가에게 지난 1월 원고를 의뢰했다.

그러나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 4월 남 평론가의 원고가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비판하고 있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도록에 게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남 평론가는 "중립을 운운하며 비평의 자리를 박탈하는 미술관의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은 '검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세마-하나평론상’ 제2회 수상자다.
이에 지난 2일 동료 평론가들이 중심이 된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으며, 이 성명에는 ‘세마-하나평론상’ 수상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해당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9일, 논란이 불거진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원고가 전시 기획의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며 평론가와 소통했지만, 전달 과정에서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2월 발간 예정인 도록에는 남웅 평론가의 원고를 포함해 이후 발표된 성명, 논평, 언론 보도 및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는 지난 20일 "미술관의 입장문을 통해 미술관이 검열을 해놓고도 입장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사건을 지켜보는 예술계 안팎의 많은 비평가, 작가, 기획자, 기술자, 관객을 모욕하는 처사이며, 언제라도 기준 없는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한편, 해당 성명에는 지난 23일 오후 9시 30분 기준 약 700명의 작가, 기획자, 평론가들이 연대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