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위협에도…일본에 온 '관월당', 한국 반환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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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6월 24일, 오후 03:5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유산은 원래 있던 곳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고토쿠인 사토 다카오 주지가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월당’ 일본 귀환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되는 목조건물 ‘관월당’의 한국 반환에 앞장서온 일본 가마쿠라시 고토쿠인(高德院) 주지 사토 다카오(62)는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화유산은 그 나라에 돌려주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월당은 고토쿠인과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국외재단)의 협력으로 지난해 6~8월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석재와 철물 8건 401점, 기와는 12건 3457점, 목재는 총 74건 1124점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반입을 완료했다. 국가유산청, 국외재단과 고토쿠인은 전날 관월당 부재의 정식 양도를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일본 고덕원에 있던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 관월당. (사진=국가유산청)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목조건물이 그대로 한국에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오 주지의 오랜 반환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게이오대 민족학고고학 교수이자 문학부장인 다카오 주지는 2002년 고토쿠인 주지로 취임한 뒤 관월당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선 한국에 기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카오 주지는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에서 반출한 문화유산을 원래 있던 곳으로 반환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밝혔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 문화청과 가마쿠라시(市)의 허락을 받기 위한 행정 절차가 복잡했다. 관월당의 한국 반환 추진은 2010년 언론 보도로 그 내용이 공개되면서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다카오 주지는 일본 우익들이 “고토쿠인 앞에서 차량 시위를 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기도 했다.

파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관월당 부재. (사진=국가유산청)
이번 관월당 반환은 ‘007 작전’처럼 비밀리에 진행됐다. 국가유산청은 2010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일을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다카오 주지 또한 “‘관월당’의 귀환은 매우 복잡한 일인 만큼 신뢰 가능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관월당의 해체와 운송 등 일본 내에서 들어간 모든 비용은 다카오 주지가 자비로 부담했다. 또한 고토쿠인은 관월당 보존은 물론 한일 양국 간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교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1억엔 상당의 기금을 마련해 국외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다카오 주지는 “국가유산청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문화유산 복원과 관리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정한 의미의 한일 우호를 위해서도 비용 부담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이 일본이 반출 또는 절취한 문화유산 반환에 좋은 모델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고토쿠인 사토 다카오 주지가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월당’ 일본 귀환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관월당의 정식 명칭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에 맞배지붕 단층 구조를 갖추고 있어 18~19세기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당 건축물로 송현동, 통의동, 익산동 중 한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야먀이치 증권의 초대 사장인 스기노 기세이(1870~1939)에게 증여한 것이 일본 도쿄를 거쳐 가마쿠라시 고토쿠인까지 건너간 것으로 전해진다.

관월당 부재는 현재 파주 소재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추가 연구 조사를 통해 관월당의 원래 부지를 찾으면서 보존·복원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일본 귀환 언론공개회. 왼쪽부터 일본 고토쿠인의 사토 마이코 여사, 사토 다카오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사진=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