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생명을 닮아야 한다"[2025오사카간사이엑스포④]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6월 25일, 오전 04:29

[오사카(일본)=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2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전시관 중, 가장 깊은 침묵 속 울림을 전하는 공간이 있다. ‘파소나 네이처버스(Natureverse)’ 파빌리온. 첫걸음을 디디는 순간, 관람객은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무의 결처럼 유기적인 동선, 감지센서에 따라 반응하는 빛과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움직이는 심장’이 이곳에 있다.

전시의 테마는 단순하다. ‘いのち、ありがとう(생명,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은 5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전시관을 제작한 일본 파소나(Pasona) 그룹은 이번 엑스포를 단순한 산업 전시가 아닌, ‘기업 철학의 실현 공간’으로 정의한다. 그 철학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생명 중심이다. 이곳의 안내를 맡은 야마가타 아야미 매니저는 “앞으로 50년은 웰빙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사회를 밝히는 기업 철학을 실현해 가겠다”며 “이번 엑스포는 그 철학을 실물화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소나 파빌리온 외부 전경


◇몸과 마음, 사회의 건강을 말하다

파소나는 이번 파빌리온을 세 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성했다. 첫째는 ‘몸’, 둘째는 ‘마음과 유대’, 셋째는 ‘생명의 역사’다. ‘몸’을 상징하는 전시물은 단연 실제 iPS 세포로 제작된 소형 심장 모델이다. 길이 약 3.5cm의 이 심장은 배양액 속에서 실시간으로 박동한다. 아야미 매니저는 “심장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생명이 단순한 개념이 아닌, 실재하고 존중해야 할 가치임을 느끼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마음과 유대’ 영역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로봇 체험과 잠자는 미래의 모습을 형상화한 수면 캡슐 시뮬레이션을 선보인다. AI 기반 센서가 관람자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생명의 역사’ 섹션에는 거대한 나선형 구조물인 암모나이트 외관과 함께 고대 생명체부터 인류 진화에 이르는 과정을 시각화한 ‘생명 진화의 나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파빌리온 전체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생명의 서사시이자 철학적 전시인 셈이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소나 파빌리온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소나 파빌리온


◇기술과 감성, 융합의 상징 ‘네오 아톰’

이 모든 체험의 중심에는 ‘네오 아톰(Neo Atom)’이 있다. 일본의 국민 만화 캐릭터 ‘철완 아톰’을 재해석한 이 존재는 전시 공간 전체의 내비게이터이자 상징적 안내자다. 파소나는 ‘아톰에게 블랙잭이 심장을 이식한다’는 창작 서사를 통해 로봇에게도 마음이 필요하다는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아야미 매니저는 “네오 아톰은 인간의 유전자와 감정을 기반으로 탄생한 ‘차세대 생명체’”라며 “단순한 기계가 아닌 공감 능력과 생명의 가치를 내포한 존재”라며 기술이 감성까지 품는 새로운 생명체로서 ‘네오 아톰’을 정의했다.

네오 아톰은 관람객을 따라 움직이고, 소통하며, 마지막에는 ‘아와지시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효고현에 위치한 아와지시마는 2008년부터 파소나가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실천해온 거점이다. 이번 전시의 ‘생명 순환’ 개념이 뿌리내린 장소이기도 하다.

아야미 매니저는 “이번 파빌리온은 엑스포가 끝난 뒤 해체되어 아와지시마에 영구 설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생명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순환’이라는 전시 전체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네오 아톰과 함께 등장하는 캐릭터인 블랙잭(Black Jack)은 전시의 핵심 서사를 구성한다. 블랙잭은 심장을 수술해 네오 아톰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이 두 캐릭터는 방문객과 함께 파빌리온을 탐색하며 ‘생명의 의미’를 해석해 나가는 동반자로 설정돼 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단지 기능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소나 파빌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