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웅규 개인전 '새 몸' 포스(아라리오뮤지엄 제공)
박웅규의 개인전 '새 몸'이 제주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에서 9월 6일까지 개최된다. 종교화 형식을 빌려 혐오, 공포, 더러움 등 '부정성'의 감각을 다뤄온 작가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회화 10점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박웅규는 어릴 적 종교 그림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무서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의미가 잊힌 종교 그림들을 소환해 개인적인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했다. 또한 그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자신만의 예술 방식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유사-설화' 시리즈인 '팔상도'와 '구상도'다. 이 작품들은 불교 그림과 이야기 구조를 빌려 부정적인 존재들에게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다. 작가는 일본 교토박물관의 길상천 불화와 불경 속 길상천, 흑암천 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작은 2022년 작 '귀불' 시리즈의 '더미 No.81'과 '더미 No.82'다. 이 작품들은 길상천 그림을 흑암천으로 대체하여 원작 구도를 재현했다. 이는 이상적인 존재를 그리던 불교 그림 방식을 부정적인 존재에게 적용하려는 작가의 일관된 노력을 보여준다.

박웅규 '새 몸' 전시 전경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팔상도'는 흑암천의 일생을 작가의 피부병 경험과 연결 지은 유사-설화 시리즈다. 불교의 '팔상도' 형식을 빌려 피부병으로 고통받다 '흑암녀'로 불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구상도'는 '팔상도'의 마지막 장면과 연결된다. 흑암녀 시신이 썩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홉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의 '구상도' 형식을 빌려왔지만, '좋음'과 '나쁨'이 섞이는 이중의 부패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몸이 되살아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전시는 '더미'에서 '팔상도', '구상도'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흑암천의 일생과 죽은 몸의 여정을 통해 '새로운 몸'이 탄생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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