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미래, 다양성이 관건…한국적 정서 고민해야"[2025 K포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전 08:27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글로벌 문화산업에서 ‘K 브랜드’가 안정성을 갖추려면 성과주의 집착에서 벗어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영화감독 연상호와 가수 강타는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K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렇게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박창식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과 연상호 감독, 가수 강타가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주최로 열린 ‘2025 K포럼’에 참석해 기조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일간스포츠)
◇韓산업 성과주의 집착…다양성 외면

이날 ‘다시 쓰는 K스토리’를 주제로 열린 K포럼은 K콘텐츠와 K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모색하기 위해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한 행사다.

K포럼의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연 감독은 좀비물 ‘부산행’(2016)으로 천만 신화를 쓰며 한국 상업 장르 영화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영화 ‘계시록’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활동 반경을 넓혀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연 감독은 “글로벌 1위 시리즈, 천만 영화가 나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화의 침투성과 유행은 대중의 다양한 취향과 연결되는데, 현재 K콘텐츠 산업은 너무 성과주의적 관점에만 치우쳐 있다”며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선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상호 감독이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주최로 열린 ‘2025 K포럼’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이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사진=일간스포츠)
1996년 데뷔한 1세대 아이돌 H.O.T.로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SM) ‘아이돌 최고참’ 현역 아티스트인 강타도 연 감독의 말에 공감했다. 강타는 “K팝도 성장 과정에서 주류·비주류 장르 음악으로 나뉘었다”면서 “한정된 지원의 문제도 있지만, 대형 레이블들이 인디 음악 등 다른 장르로의 영역 확장에 소극적인 태도가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소극적 장르 확장이 K팝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둬둔다”며 “실험적 음악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포함해 몸집을 확장해야 음악으로서 K팝이란 명확한 장르가 확립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강타가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주최로 열린 ‘2025 K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일간스포츠)
◇투자·정부 지원 절실→한국적 정서 뽑아내야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 감독은 “영화계에서 다양성을 발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영화제”라며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도 결국 각국 영화제 간 소통의 결과다. 위대한 수상작이 나오려면 국내 영화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제가 콘텐츠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영화제 관련 지원 예산은 반토막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연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에는 6편의 일본영화가 상영됐는데, 이 중 5편이 독립영화였다”면서 “다양성이 사실상 문화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입증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강타는 “다양성 확보가 결국 투자로부터 시작하다 보니 K팝 레이블도 실험을 망설이게 된다”며 “당장 수익이 날 수 있는 모델 위주로 챙기다 보니 실험적 장르들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언급했다.

(왼쪽부터)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정년이’ 정지인 감독, 서이레 웹툰스토리작가, 배우 정은채가 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 공동 주최로 열린 ‘2025 K포럼’에 참석해 ‘한국적인 스토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일간스포츠)
이에 박창식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우리나라 정부의 문화산업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의 1% 수준인 반면, 일본과 대만은 전체 예산의 5%, 중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문화 발전에 쏟아붓고 있다”면서 “이들과의 경쟁하면서 ‘K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정부가 문화 예산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조연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선 K웹툰 리메이크 드라마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 원작웹툰 스토리 작가 서이레, 주연 배우 정은채가 참석해 한국적 소재의 발굴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전했다. 정 감독은 “결국 중요한 건 한국적 정서를 뽑아내는 것”이라며 “‘정년이’를 연출하며 가장 집중한 부분도 ‘여성국극’의 본질을 살려내는 것이었고, 이를 잘 재현하지 못하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서 작가는 “한국의 정서를 꿰뚫을 수 있는 철학과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곽혜은 이데일리M 대표는 “우리가 써온 K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또 그 이야기 위에 무엇을 덧붙이고, 어떻게 새롭게 써내려갈 것인가. 이 질문은 콘텐츠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K콘텐츠와 K브랜드는 오늘도 세계를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흐름이 단절이 아니라 진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