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에서 얻는 성찰…한국관광공사 '요즘여행' 추천지는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후 03:07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내부의 기도소로 가는 계단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일상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낯선 불편함을 마주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격월 발간 중인 감각적 여행 콘텐츠 시리즈 ‘요즘여행’의 두 번째 테마로 ‘불편한 여행’을 선정하고, 전국의 이색 여행지 5곳을 소개했다.

‘불편한 여행’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고요함과 고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행 방식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 ‘건강한 고독’ 등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감성 중심 여행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공사가 추천한 불편한 여행지는 △공주의 무인 서점 ‘가가책방’ △경북 칠곡의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홍천의 독방 체험 공간 ‘행복공장’ △고립된 섬마을 안동 ‘맹개마을’ △서울·경기 북부의 고강도 산행 코스 ‘불수사도북 종주’ 등이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불편한 운영’

충남 공주 ‘가가책방’ (사진=한국관광공사)
충남 공주시의 ‘가가책방’은 간판도 직원도 없는 무인 서점이다. 방문자는 책방에 적힌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야 한다. 불도, 에어컨도 모두 손님이 직접 켠다. 이용 방법도 책상 위 안내문을 정독해야 이해할 수 있다. 손님이 남기고 간 엽서가 모이면서 지금의 메모서가로 바뀌게 됐다. 책방 가득 메모를 들여다보는 일이 또 다른 독서다. 입장료도 자율 기부 방식이다. 이색적인 독서와 사색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다.

◇ 수도원에서 체험하는 건강한 고독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내부의 하늘성당으로 건너는 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경북 칠곡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는 침묵과 고요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피정 공간이다. 일반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수사들과 함께 기도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경당과 대회의실은 묵상을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각도가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수도원 수사들이 만든 식사도 인기이며, 특히 직접 만든 소시지는 명물이다. 디지털과 소음으로 지친 이들에게는 자발적 단절 속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특별한 쉼터다.

◇디지털 디톡스로 나를 마주하다

행복공장 내 독방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행복공장’은 1.5평 남짓한 독방에서 24시간 동안 혼자 보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방 안에는 소박한 가구와 간단한 생활용품이 마련되어 있고, 식사는 배식구를 통해 전달된다. 참가자들은 방명록에 고민을 남기고, 또 누군가의 고민에 답을 달며 교류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첫 주말에 진행되며, 1박 2일 기준 참가비는 15만 원이다. ‘디지털 디톡스’와 고독을 통한 치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트랙터 타고 들어가는 육지 속 섬

맹개마을의 숙소 (사진=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의 맹개마을은 낙동강과 청량산 사이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오지 마을로,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야 도착할 수 있다. 귀농 부부가 20여 년간 가꾼 이 마을은 국내 최초 밀소주 ‘안동 진맥소주’ 양조장으로도 유명하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양조장 투어와 시음, 지역 식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으며, 조용한 숙박도 가능하다. 2024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으며, 인근에는 도산서원이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다. 불편한 접근성 덕분에 고립된 자연과 전통의 고요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다섯 산을 넘는 극한의 종주 코스

북한산 (사진=한국관광공사)
‘불수사도북’은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잇는 고강도 종주 코스로, 서울·경기 북부를 넘나드는 약 45㎞구간이다. 누적 상승 고도는 4000m에 달하며, 완주에는 20시간 이상이 걸린다. 극한의 체력과 인내를 요하는 산행이지만, 고통 속 몰입이 주는 성취감과 평온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단단한 준비와 사전 훈련이 필요하지만, 진짜 나를 마주하는 강렬한 여정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불편한 여행’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일상과 단절된 환경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깊은 경험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여행자의 감정과 체험을 중심에 둔 콘텐츠를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 트렌드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요즘여행’ 콘텐츠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의 전용 테마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여행지에 대한 작가 체험기와 세부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이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