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연진 '젖은 창'展 포스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오연진 작가의 '젖은 창'을 8월 3일까지 더레퍼런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선정된 9개 전시 중 다섯 번째다.
오연진은 단순히 사진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새로운 이미지 시스템을 실험한다. 전시 제목 '젖은 창'처럼, 비 오는 날 창문에 빗물이 흘러내려 안팎의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는 심상을 표현한다. 이는 실제 풍경이나 디지털 데이터로 생성된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가 투명한 창문의 양면처럼 중첩되지만, 서로 왜곡되는 관계를 암시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은 '플레이트'(2025) 연작이다. 작가는 1844년 출간된 윌리엄 폭스 탤벗의 '자연의 연필'에 수록된 사진 중 일부를 재해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암실 사진술과 현대의 생성형 AI 기술을 교차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사진 매체가 처음 발명됐을 때 출간된 '자연의 연필'은 19세기 근대 기술사에서 사진이 시각성과 이미지 재현의 영역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증명하려 한 책이다. 오연진은 이러한 근대적 이미지 재현의 '증거물'들을 생성형 AI를 통해 '거짓' 소환해 허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다시 아날로그 사진술을 기반으로 인화지 위에 현상 및 정착 약품을 수십 번 붓질하여 구현한다.
작품 속에서는 실제 풍경이나 대상은 사라지고, 오직 작가가 붓으로 흘리고 칠한 감광성 액체의 흔적만이 이미지 표면에 떠오른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근대에서 동시대까지 이어지는 이미지 재현 역사를 환기하며, 오늘날 기술 변화와 함께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미지 속에서 인간의 눈이 바라보는 풍경의 의미를 탐구한다.
'젖은 창' 전시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방문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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