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이주환 기자) 유럽에서 커진 EV 시리즈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아가 국내 생산 거점의 전기차 전환을 넓히고 있다.
13일 기아 노조 등에 따르면,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의 3개 공장 가운데 1곳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는 데 노사 합의를 마쳤다. 대상은 화성 2공장과 3공장 중 한 곳으로 거론되며, 현재 두 공장에서는 EV 시리즈의 간판 모델인 EV6가 병행 생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의 구체적인 시기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전환이 완료되면 기아는 국내에서 세 번째 EV 전용 공장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는 내연기관 중심이던 광명 2공장을 EV 전용 ‘광명 EVO 플랜트’로 바꿔 EV3·EV4를 생산 중이며, 화성에는 PBV(목적기반차량) 전용 ‘화성 EVO 플랜트’를 신설해 최근 PV5 양산에 들어갔다.
생산 재편의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 변화와 지역별 생산 전략이 맞물려 있다.
EV6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 조지아 공장으로 이관되면서 화성의 EV6 수출은 지난 상반기 약 9,8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000여 대 대비 크게 줄었다.
반면 조지아 공장은 지난 상반기 EV6를 처음 생산해 약 7,400대 판매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화성 2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물량 부족에 따라 ‘공피치(생산 컨테이너 일부를 비워둔 상태로 운영하는 방식)’ 운영을 겪기도 했다.

반대로 보급형 라인업은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세다. 기아의 EV 시리즈 글로벌 판매는 2021년 약 2만9,000대에서 2023년 13만1,000대로 늘었고, 2024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을 거치며 약 12만대로 조정됐다. 그러나 올 상반기 EV3 해외 판매가 시작되면서 EV 시리즈는 상반기만 약 11만 대 수준의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EV3는 유럽 상반기 판매 3만 대를 기록하며 연간 목표 6만 대 초과 달성 전망도 나왔다. 기아는 오는 하반기 유럽 시장에 전기 세단 EV4를 투입해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화성 라인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신차 배정도 준비 중이다. 화성 노사는 프로젝트명 ‘CB’에 해당하는 전기차 신차종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화성 EV 전용 공장에 전용 물량으로 배정해 생산량을 보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보급형 EV 확대 전략도 병행된다. 기아는 최근 미국특허청(USPTO)에 EV2와 함께 ‘EV1’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호성 기아 대표는 지난 2월 스페인 타라고나 ‘2025 기아 EV 데이’에서 “EV2의 유럽 시장 가격을 3만5000유로(약 5200만원) 이하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명명 규칙에 따라 EV1을 소형 해치백급으로, EV2를 유럽 맞춤 보급형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아의 화성 EV 전용 전환은 유럽 수요를 흡수하면서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국내 라인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포석이다. 전환 시점과 신차 투입이 확정되면, 국내 EV 생산 포트폴리오는 광명 EVO–화성 PBV–화성 EV 전용의 3축 체제로 재정렬될 전망이다.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