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길 샤함(54)은 부인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아델 앤서니에 대해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적 파트너”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델 앤서니(55) 역시 “남편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오른쪽)과 아델 앤서니 부부가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지난 4월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세계 초연하는 모습.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샤함과 앤서니가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함께 선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한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첫 협연 무대인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한국 팬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내한 공연은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클래식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 중 하나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힉엣눙크!’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을 뜻한다.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매해 선보이는 도심형 클래식음악축제다. 올해는 10개 프로그램에 38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두 사람은 세종솔로이스츠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샤함은 세종솔로이스츠 창립자인 강효 교수(줄리어드 음악원)의 제자다. 세종솔로이스츠와 공연과 음반 작업을 함께 해왔다. 앤서니는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이후 12년간 리더를 맡았다. 샤함은 “올스타팀과 함께 연주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앤서니는 “공동 예술의 힘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영원한 소속감을 남겼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이번 무대에서 바흐의 명작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 단조’와 이스라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 등을 선보인다. 도만의 곡은 지난 4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세계 초연한 뒤 이번이 아시아 초연이다. 바흐가 다뤘던 깊은 영성과 애도 등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탐구한 4악장 작품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왼쪽)과 아델 앤서니 부부(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샤함은 이번 연주에 대해 “바흐의 깊은 영성과 애가부터 도만의 현대적인 에너지와 축복까지 감정의 여정을 선보일 것”이라며 “삶의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이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앤서니도 “이번 프로그램은 바흐의 시대를 초월한 감정과 아브너 도만의 현대적인 언어를 연결하는 여정”이라며 “청중들이 두 대의 바이올린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대화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바흐의 곡에서는 순수하고 친밀한 대화를, 도만의 곡에선 애도와 축복 사이의 역동적이고 대비적인 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살에 데뷔한 샤함은 ‘신동 아티스트’로 불리며 4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미상, 프랑스 음반 대상, 디아파종 황금상 등 유수의 음악상을 휩쓸었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섬세한 테크닉과 따뜻한 연주로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앤서니는 1996년 덴마크 카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이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으며 경력을 확장해왔다. 오케스트라 협연은 물론 리사이틀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도 적극 나서며 대륙을 넘나들고 있다. 둘은 줄리어드 음대에서 처음 만나 음악적 동반자가 됐다.
두 사람이 이번 공연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하나같은 목소리다. “서로 다른 두 목소리를 완벽하게 조화시키고 연주에 깊은 일체감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준비했죠. 서로 다른 개성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마치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통일된 목소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