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의 단편에는 뜨뜻한 반전이 있다...21일부터 극단 어느날 ‘체홉단편열전’

생활/문화

OSEN,

2025년 8월 19일, 오후 03:00

[OSEN=강희수 기자] 안톤 체홉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여름체홉축전을 펼치고 어떤 극단은 체홉의 단편소설을 연극으로 선보인다.  

안톤 체홉에 푹 빠진 '극단 어느날'은 체홉의 다양한 단편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하며 단편 레퍼토리 창작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갈매기', '세 자매',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 등 4대 장막 희곡으로 유명한 안톤 체홉이 단편 소설을 썼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청혼'이나 '곰'과 같은 체홉의 단막극은 들어본 적 있겠지만, 체홉의 단편 소설은 왠지 생경하다. 

알고 보면 안톤 체홉은 잡지에 단편 소설을 기고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이기도 한 체홉은 1000 단어로 쓰는 짤막한 희극을 통해 우스꽝스러움을 기묘하게 가미하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단 어느날'이 이번 여름에 선보이는 '체홉단편열전'에서 인간들을 향한 체홉의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체홉단편열전'은 '2025 여름체홉축전' 참가작으로, 체홉의 단편소설 5편을 각색해 희곡으로 올린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안똔체홉극장에서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평일엔 8시, 주말엔 4시 공연이다. 9세 이상 관람 가능해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공연 작품은 '주머니 속 송곳'과 '아버지', '드라마', '연극이 끝난 후', '애수'다.

'주머니 속 송곳'은 도시의 관료인 포수딘이 마을로 불시 점검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부정부패를 근절하고자 하는 포수딘의 열망을 통해 그 속에 존재하는 주당 근성과 속물근성을 드러내며 웃음을 제공한다.

'아버지'는 수학 시험을 망친 아들 때문에 아내와 폭풍 같은 전쟁을 치른 아버지가 수학 교사의 집으로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이로 인해 벌어지는 가정의 웃픈 현실을 전해준다.

'드라마'는 유명한 극작가의 팬인 한 여인이 극작가의 집을 방문해 자신이 쓴 희곡을 읽어줄 테니 들어달라고 간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인은 짧다고 했지만, 내용은 엉터리에다 너무나도 길어서 극작가는 결국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연극이 끝난 후'는 오페라를 보고 온 16세 소녀가 사랑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서도 오페라 속 사랑과 낭만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통해 사춘기의 심리를 보여준다.

'애수'는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진 이오나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절을 전해준다.

이번 공연을 기획·연출한 김세환 연출은 "10~ 18분의 짧은 희곡을 인터미션 없이 이어서 상연하며,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각색만 하였기에 원작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며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쓰여진 체홉의 단편소설을 향유하며 희극과 비극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들의 경이로운 열연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즐기길 바란다 "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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