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시간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행복한 시간들'에서 회귀하는 자연과 지속되는 우정을 주제로 철학 에세이를 펴냈다. 책은 시간·기억·바다를 넘나드는 사유가 개인적 회상과 철학적 단상으로 응축됐다.
파스칼 키냐르는 '키냐르가 곧 장르'라 불릴 만큼 독창적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소설과 철학적 에세이 사이를 오가며, 인간 존재와 시간·기억의 본질을 탐색한다.
'행복한 시간들'은 그의 장기 프로젝트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12번째 권으로,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 담긴 책이다.
작품은 회귀하는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노래한다. 인류 역사가 직선적으로 흘러간다면, 계절과 시간은 항성의 회전처럼 반복된다. 키냐르는 "날짜는 역사의 최소 단위이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는 자연이 빚어내는 경이로움을 찾아낸다.
책의 또 다른 축은 우정이다. 키냐르는 오랜 벗 에마뉘엘 베른하임과의 관계를 "함께 침묵할 줄 아는 경이로운 우정"으로 묘사한다. 그는 상대의 야성과 광분을 억누르지 않고 존속시키는 것이 우정이라 말한다. 침묵과 존중 속에서 이어지는 관계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저자는 1997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이후,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번 책은 그 여정의 정점에 놓이며, "존재의 심연과 기억의 파편이 파도처럼 독자를 휩쓸고 지나간다"고 평가된다.
'행복한 시간들'은 세속의 연대기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 속에서만 가능한 몰입의 시간을 기록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존재의 다른 국면으로 진입하는 황홀한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 행복한 시간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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