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병모 작가. (사진=구병모 작가 제공)
◇‘파과’ 인기 힘입어 출간 동시 베스트셀러
구 작가는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파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8년 출간된 ‘파과’는 전 세계 13개국에 수출되고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올랐으며, 올해 영화로 개봉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파과’의 인기는 ‘절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창’은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소설 ‘절창’ 표지. (사진=문학동네)
소설은 ‘아가씨’를 비롯해 아가씨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업가 ‘문오언’, 문오언이 아가씨를 위해 채용한 ‘독서 교사’ 등 3명의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스터리 범죄물의 스토리,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시선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그리고 구 작가 특유의 만연체(서술의 호흡이 긴 문체) 문장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독자를 흡입력 있게 빨아들인다.
장르소설이지만 그 속엔 인간의 감정과 내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자신의 상처를 읽어주길 바라는 문오언과 문오언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는 아가씨의 관계를 통해 독자는 타인을 ‘읽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질문하게 된다. 구 작가는 “‘파과’가 범죄 누아르의 외피를 입고서 낡아가는 인간의 감정과 회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절창’은 타인을 읽는 것과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파고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라는 메시지

구병모 작가. (사진=구병모 작가 제공)
이는 구 작가가 소설을 통해 보여온 세상을 향한 시선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 후 16년 동안 써온 소설의 대부분이 인간은 희망이 없으며, 세상은 조금씩 멸망하는 중이거나 이미 멸망했다는 이야기”라면서도 “시간이 흘러가면 인간은 어느새 비극을 통과한 상태가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친구와 책, 그림, 음악, 때로는 의학적 도움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책장을 덮는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라는 문장이다. 사랑이 발효되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결국 사랑과 상처의 본질은 같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구 작가는 “최근 인상 깊게 본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서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말하려면 이제 내가 살아온 인생 전부를 얘기할 수밖에 없지’라는 글을 봤다”며 “‘절창’ 또한 상처에 대해, 그리고 상처가 어떻게 누룩이 되는지 이야기한다”고 부연했다.
‘절창’을 읽다 보면 마치 영상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절창’의 영상화 가능성을 묻자 “인연이 닿으면 닿는 대로 전문가 집단에 진행을 믿고 맡기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있다”면서 “‘파과’로 한 차례 (영상화) 경험을 한 만큼, 제안이 구체적으로 들어온다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