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일본도 반했다…불꽃 아닌 낙화에 쏟아진 관심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0월 22일, 오전 06:01

함안 낙화놀이 스페셜 데이(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지방의 전통문화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콘텐츠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가 경남 함안군의 전통 불꽃놀이 ‘낙화놀이’를 외국인 대상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9월 대만 단체관광객 300명, 10월 일본 관광객 1000명을 유치했다. 전통문화 기반 지역관광이 외래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는 지난 16일 함안 무진정 일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함안군,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주최했다. 공사는 일본 도쿄·오사카·후쿠오카 지사, 대만 타이베이 지사와 협력해 현지 주요 여행사 30여 곳을 통해 ‘한정판 낙화놀이 체험상품’을 출시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부산·경남을 연계한 일정으로, 부울경지사가 현장 지원을 맡았다. 이는 지난해 외국 여행사 팸투어를 통해 상품성을 검증한 뒤 1년 만에 상용화된 결과다.

낙화놀이는 숯가루를 한지로 감싼 낙화봉에 불을 붙여 밤하늘에 불꽃을 흩뿌리는 전통놀이로 조선시대 학자 한강 정구가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졌다가 1985년 ‘함안낙화놀이보존회’가 복원해 현재 경상남도 무형유산 제33호로 지정돼 있다. 함안군은 2023년부터 이 전통행사를 관광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함안 낙화놀이 스페셜 데이(사진=한국관광공사)
행사 현장에서는 일본어·중국어 해설이 곁들여진 낙화놀이 공연을 비롯해 국악무대, 가야 한복 체험, 소원지 쓰기, 한글 이름 쓰기, 전통음식과 낙화주 시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대만 관광객은 타이베이 출발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과 함안을 잇는 코스에 참여했고, 일본 관광객은 경남 일원과 함안을 포함한 패키지로 방문했다.

김종훈 한국관광공사 국제마케팅실장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 관광객은 229만 781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대만 관광객은 125만 3081명으로 28.4% 늘었다”며 “서울과 부산에 집중된 외래객을 지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역 고유문화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관광객의 약 47%는 네 차례 이상 방한한 재방문객으로, 지방관광 확산을 위한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한 지역축제를 넘어 지역관광정책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허준 동덕여대 글로벌MICE융합전공 교수는 “함안 낙화놀이는 지역 문화유산을 국제 관광콘텐츠로 전환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다만 지속 가능한 상품으로 발전하려면 교통·숙박 등 수용태세 개선과 연중형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문화유산의 상품화 및 활용 가치 증대에만 매몰되지 않고, 유산의 정체성 원천과 사회적 지지기반(옹호) 가치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지역별 외래객 유치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함안 낙화놀이를 비롯한 주요 지방 전통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일본·대만 시장 공동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함안의 불빛은 지방 전통문화가 외래객 유치정책의 새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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