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편의점의 진화'
'편의점의 진화'는 세븐일레븐에서 시작한 이후 어떻게 65조 원 인수 제안을 받을 만큼 일본의 편의점 산업이 성장했는지 되짚는다.
저자 나카무라 나오후미는 "일본 경제의 열쇠는 편의점의 진화에 있다"며 유통산업의 현장에서 30년 넘게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편의점 혁신의 궤적을 기록한다.
책은 세븐일레븐을 중심으로 일본 편의점 업계가 소매업의 거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변곡점을 그린다. 1970년대의 혼란기, 2000년대의 침체기, 그리고 2010년대 이후의 프리미엄 PB(자체 브랜드) 혁신이 주요 축이다.
일본 편의점 점포 수는 약 5만5600개, 인구 2200명당 1개 꼴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의 상징은 '삼각김밥'이다. 세븐일레븐은 손수 만든 듯한 가정식 주먹밥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김의 바삭함을 살리는 포장 방식을 개발했다. 밥과 김을 분리 포장해 식감을 유지한 이 혁신은 간편식 시장을 열었다. 스즈키 도시후미 명예회장은 "주먹밥은 집밥의 경쟁자"라며 "좋은 재료와 맛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성장의 핵심에는 협력사의 품질 혁신이 있었다. 세븐일레븐은 납품업체가 언제든 품질관리 담당자의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난키우메보시는 그 혹독한 기준을 통과해 주먹밥용 우메보시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편의점 산업이 '마의 10년'이라 불릴 만큼 침체하자 세븐일레븐은 품질 중심의 PB 전략으로 돌파했다. 저가 경쟁 대신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내세운 세븐프리미엄은 2007년 출시 후 2020년 매출 1조5000억 엔(약 15조 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산업의 진화는 협력사와의 '공진화'로 이어졌다. 커피추출기 공급업체 후지전기는 10년 넘게 세븐카페 기기를 납품하며 품질과 디자인을 함께 발전시켰다. 주방기기처럼 단순하고 깨끗한 외형을 구현하라는 세븐일레븐의 요구는 까다로웠지만, 그만큼 후지전기의 기술력도 높아졌다. 사토 아트디렉터는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의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로손은 '가라아게군'으로 대표되는 참신함으로, 훼미리마트는 자체 의류 브랜드 '컨비니언스 웨어'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특히 훼미리마트의 손수건은 3년 반 만에 700만 장, 양말은 2000만 켤레가 팔리며 편의점이 생활용품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늘날 일본 편의점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인플레이션, 디지털 전환, 인구 감소 등 환경 변화는 거세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여전히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소상권화(소규모 권역 중심 쇼핑) 추세에 맞춰 지역 단위 실험을 반복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병행하고 있다. 경쟁사 훼미리마트는 '원스톱 쇼핑' 개념을 강화하며 품질 좋은 생활용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 편의점의 진화/ 나카무라 나오후미 지음/ 박정아 옮김/ 워터베어프레스/ 1만7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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