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가 작·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도시 숲의 생태학 프로젝트’ 두 번째 시리즈다. 2024년 동아연극상 후보에 오른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의 후속편 격이다.

이번 작품은 ‘속도와 그림자’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극단 뜬,구름은 창단 이래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오브제들을 재구성해 과잉 생산물이 뒤엉킨 현대사회를 ‘정크스페이스’로 구현한다.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제시한 개념인 정크스페이스는 생산과 소비가 넘쳐나며 정체성을 상실한 공간을 의미한다. 무대 위 파편화된 서사와 공간은 현대인이 도시늘보로 진화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험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존재를 그린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흔들리는 배우의 신체는 관객에게 “우리는 왜 길을 잃고 표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