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늘보'가 된 우리…연극 '도시늘보 표류기'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0월 22일, 오전 08:5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뜬,구름이 오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극장 봄에서 신작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를 선보인다.

이민기가 작·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도시 숲의 생태학 프로젝트’ 두 번째 시리즈다. 2024년 동아연극상 후보에 오른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의 후속편 격이다.

전작이 판다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억압을 조명했다면, ‘도시늘보 표류기’는 도심을 떠도는 현대인의 무기력과 불안을 전면에 내세운다. 작품 속 ‘도시늘보’는 ‘도시’와 ‘느림보’의 합성어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 사회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점차 무기력에 잠식되어 가는 현대인을 나무늘보에 빗대 표현한 존재다.

이번 작품은 ‘속도와 그림자’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극단 뜬,구름은 창단 이래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오브제들을 재구성해 과잉 생산물이 뒤엉킨 현대사회를 ‘정크스페이스’로 구현한다.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제시한 개념인 정크스페이스는 생산과 소비가 넘쳐나며 정체성을 상실한 공간을 의미한다. 무대 위 파편화된 서사와 공간은 현대인이 도시늘보로 진화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험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존재를 그린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흔들리는 배우의 신체는 관객에게 “우리는 왜 길을 잃고 표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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