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뜨니 K푸드도 떴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0월 22일, 오전 10:33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K-컬처의 확산이 K-푸드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와 ‘블랙핑크’로 상징되는 한류 콘텐츠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식의 경제적 가치와 산업 규모를 확대하는 실질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천대 박은혜 교수, 미국 휴스턴대 이민우 교수, 인하대 김성범 교수 공동연구팀은 21일 미국 내 지역별 한류 관심도와 한식당 성장 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K-컬처의 인기가 한식 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경제적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수치화해 발표했다.. 연구는 미국 최대 지역 기반 플랫폼 ‘옐프(Yelp)’의 한식당 리뷰 약 123만건과 구글 트렌드의 한류 관련 키워드 146개를 분석한 결과다.

◇한식은 ‘문화 소비재’, 한류는 ‘경제 인프라’

연도별 미국 내 한식당 수 및 리뷰 수 추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한식당 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증가세를 보였고,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년은 BTS가 처음으로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하고,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스트리밍되기 시작한 시기다. 한류의 확산이 소비행동으로 전이되며 한식당 시장을 확대시킨 시점이다.

과거 한식당은 뉴욕·캘리포니아·하와이 등 다문화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리노이·플로리다·텍사스 등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확산됐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특정 인종·문화권을 넘어 미국 전역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박은혜 교수는 “한류 인기가 한식당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연상효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연결 구조를 보여준다”며 “지속가능한 한식 산업 확산 전략을 세우는 데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2005년(왼쪽)과 2022-2023년(오른쪽) 미국 내 한류 관심도 비교. 짙은 붉은색일수록 해당 주(州)의 한류 관심도가 높고, 짙은 푸른색일수록 낮은 관심도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한류를 ‘소비자 문화의 촉매’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BTS’, ‘K-pop’, ‘K-drama’ 검색량이 상승한 지역일수록 한식당 리뷰 수가 증가했고, 해당 지역의 음식 관련 소비 활동도 함께 확대됐다. 즉, K-컬처 소비가 K-푸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문화 파급이 아닌 ‘경제 생태계’의 형성이다. 음악·드라마 등 콘텐츠 소비가 식문화·관광·외식 산업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한식 시장 규모는 팬데믹 이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 식품 수출액 중 대미 수출은 2024년 17억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한식은 ‘경험형 소비재’로 진화 중이다. 미국 내 한식당 리뷰의 키워드 분석 결과 ‘플레이팅’, ‘분위기’, ‘비건’, ‘페어링’ 등 감각적·경험적 표현이 급증했다. 이는 K-푸드가 단순한 메뉴가 아닌 ‘문화적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푸드, 관광·수출로 이어지는 경제 사슬

K-푸드의 확산은 관광산업에도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래객 음식 소비액’은 2019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5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여행객의 한국 음식 관련 결제 건수는 연평균 15% 이상 증가했다.

한류 팬들의 음식 관련 여행 패턴도 뚜렷하다. 방한 외래객 중 15.7%가 ‘맛집 투어’를 가장 기대하는 활동으로 꼽았으며, ‘드라마 속 음식 체험’과 ‘K-푸드 쿠킹클래스’ 상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식이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라 관광 소비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2004-2005년(왼쪽)과 2022-2023년(오른쪽) 미국 내 한식당 분포 비교
이 같은 흐름은 수출에도 반영된다. CJ제일제당,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K-푸드 브랜드는 ‘K-콘텐츠 협업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BTS 월드투어와 연계된 글로벌 광고 이후 미국 내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한류가 일으킨 K-푸드 붐은 분명한 경제성과를 보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지화 전략, 브랜드 표준화, 외식산업 전문인력 육성, 공급망 안정화 등이 핵심이다.

특히 미국 내 한식당의 절반 이상이 소규모 개인 창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서비스 품질과 위생·표준 레시피 관리의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K-콘텐츠에 비해 정책적 지원 체계가 취약해 산업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정부·학계·기업 간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K-푸드는 K-컬처의 ‘마지막 연결 고리’로서, 문화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K-푸드 산업이 문화 소비를 넘어 글로벌 경제 성장의 견인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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