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복 입고 사투리…국립극단의 한국식 셰익스피어, 베이징 홀렸다

생활/문화

MHN스포츠,

2025년 11월 01일, 오후 02:00

(MHN 이우경 인턴기자) 국립극단이 9년 만에 우리 연극으로 중국 땅을 밟은 가운데 ,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한국식으로 각색한 '십이야'가 베이징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립극단 연극 '십이야'가 지난달 24일과 25일 중국 베이징 중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틀 동안 열린 2회 공연은 모두 전석 매진됐으며, 총 774명의 중국 관객이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2025년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Beijing Fringe Festival)’의 폐막작으로 초청받아 이루어졌다. 

'십이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동명 고전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봉산탈춤 등 한국무용이 적용된 움직임과 신명 나는 판소리와 랩 믹싱, 그리고 팔도 사투리로 뱉어지는 셰익스피어의 명문들이 특징이다.

국립극단은 프로덕션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었으며, 언어 장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오해, 변장'이라는 보편적 서사 구조를 가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전략적으로 택했다. 

현지 관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25분의 러닝타임 동안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으며 , 특히 랩이 섞인 판소리와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등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에서 탄성이 터졌다.

또한, "출세하려면 명나라 말을 공부해야 해"라거나 "워 아이 니(사랑해)" 등 중국 현지 관객을 겨냥한 애드리브가 더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폭소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연 종료 안내에도 관객 대부분이 객석에 남아 박수갈채를 이어갔다. 

임도완 연출은 "한국과 중국의 웃음 코드가 잘 맞아 2회만 공연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 런위안 비서장은 "배우의 신체 움직임이 돋보이고 동양적 요소가 짙어 아시아 문화권 관객의 공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초청 사유를 밝혔다. 

국립극단은 2016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이후 9년 만에 다시 중국 땅을 밟으며 한국 연극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십이야' 중국 공연은 우리 연극의 해외 진출과 국제 문화 교류의 출발점이다. 

국립극단은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 사회·역사적 유사성을 가진 아시아권부터 전략적으로 진출한 뒤, 유럽과 북미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특정 국가와 문화를 넘어 인간 본연의 이야기를 한다면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 연극을 세계에 각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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