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수안 인턴기자) 개인전은 작가의 인생에서 자신을 대중에게 표현하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생과 삶의 방향성을 나타내고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예술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
박준수 ‘오늘의 장자는 어디에 있는가?’
11.4 (화) ~ 11. 16 (일)
실상과 허상, 환각과 현상, 객체와 자아의 본질에 대한 회화적 탐구에 몰두하는 박준수 작가의 제41회 개인전이 오는 11월 4일부터 16일까지 리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2018년부터 ‘Virus(바이러스)-환각(hallucination, 幻覺)’ 연작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는 회화 작품을 통해 장자의 무위자연 사상을 탐구하며 타자와 자아, 객체와 주체, 현상과 본질에 대한 경계를 넘나든다.
미술평론가 장정란은 장자(莊子)의 물아일체의 차원과 경지가 회화 작품을 통해 탐구되는 점을 주목하며 “추상적 얼굴 안에 그어진 사각형 도형은 나와 나비의 이중적 장치로 몽환성을 띠고 등장한다”며 “그러므로 한가지 색조의 바탕색 위에 그려진 단순한 도상임에도 관객들에게 무한한 사유의 확장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한다.
‘박준수의 작품세계는 단순히 장자(莊子)를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으로 진지하고 몽환적으로 해석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화면을 선사한다’, ‘회화적 해석 이상의 사유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는 평가처럼 장자의 철학에서 이 시대의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보기 드문 이 시대의 진지한 예술가인 박준수 작가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현 ‘그의 겹쳐진 순간들’
10. 22 (수) ~ 12. 13 (일)
한국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정현작가가 30여년의 예술 궤적과 새로운 전환을 조명하는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그의 겹쳐진 순간들'을 개최한다.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월 13일까지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91년부터 2025년에 걸쳐 제작된 조각과 드로잉 총 84점이 공개된다.
정현 작가는 폐 침목, 고철, 숯, 콜타르 등 본연의 용도를 다한 재료의 물성(物性)에 천착해 온 작가다. 그는 재료 자체에 축적된 시간과 경험, 응축된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통해,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물질 고유의 힘을 극대화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 시작점이었던 '인간'으로 회귀하여 이를 다시 이어가는 의미를 지닌다. 본관 전시장에는 1990년대 초 흙의 물성을 살린 브론즈 인물상부터, 흙을 사방에서 힘껏 쳐서 압착한 형태로 강한 내면의 에너지를 담아낸 백색 브론즈 두상 신작까지, 인간 존재가 겪어낸 삶의 굴곡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이 리드미컬하게 배치됐다.
특히 야외 정원에 설치된 신작 대형 조각 '무제'(2025)가 주목을 끈다. 이 작품은 청계천 수표교 교각을 모티브로 했으며, 작가는 버려지듯 남아있는 교각 하단의 무심한 형태와 다듬어지지 않은 표면에서 '세월을 견딘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발견했다. 육중한 석조 교각을 3D 스캔 후 알루미늄으로 재탄생시킨 이 조각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과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 밖에도 별관에는 2019년 고성 산불 당시 타버린 나무를 불로 다시 다듬어 '화장(火葬)'이자 '화장(化粧)'의 의미를 담은 숯 조각이, 전관에는 콜타르를 사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드러낸 드로잉들이 전시되어 작가의 응집된 예술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은정 '말, 그림'
10. 2 (목) ~ 11. 8 (토)
서울 삼청동 학고제는 지난 2일부터 오는 11월 8일까지 김은정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말, 그림'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언어로는 끝내 발화되지 못하고 그림으로도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미묘한 지점을 탐구하는 회화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말, 그림'은 쉼표가 만들어내는 간극처럼 언어와 이미지, 논리와 감각 사이의 긴장과 보완 관계를 상징한다. 김은적 작가는 "말이라는 논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이전의 상태에서 나는 그림을 통해 지각의 방식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의 회화는 고정된 형상이나 단일한 서사 대신, 시간의 흐름속에서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 자체를시각화한다.
작가의 작업 세계는 바람, 구름, 비와 같은 날씨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닌, 삶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비유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고대 철학의 역설인 테세우스의 배처험 존재의 지속성과 정체성에 대한 사유로 관람객을 이끈다.
결국 김은정의 회화는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프레임 안과 밖의 경계를 응시하게 한다. 관람객은 작품속에 의도적으로 남겨진 간극과 여백, 불확정성을 따라가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감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진=박준수 SNS, 정현 SNS, 학고제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