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은 '장애인 예술의 메카'죠.(웃음) 장애 예술의 모든 것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발전해 나가니까요."
'장애 예술의 대모'로 불리는 방귀희(68) 이사장은 장문원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주저 없이 여덟 글자로 답했다. 이슬람 종교가 시작된 곳이 메카이듯, 장문원이 장애 예술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는 뜻이다.
방 이사장은 1991년 국내 최초의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을 창간하고, '장애예술인지원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30여년간 장애 예술의 지평을 넓혀 온 선구자다. 지난 3월 제4대 장문원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자신의 이력을 또 한 번 확장했다. 더욱이 장문원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만큼 그는 의욕은 넘쳤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지난 10년간 장문원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장애 예술인의 창작활동 지원, 실력 향상을 위한 예술창작 아카데미 운영, 그리고 장애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 사업입니다."
"장문원,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 이끄는 구심점"
방 이사장이 꼽은 장문원의 가장 큰 성과는 '지원사업비 증가'다. "장문원이 생기기 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장애 예술 지원사업을 맡았고, 2009년 당시 사업비는 19억 원이었다"며 "2015년 장문원 설립 이후 2017년 이 사업이 장문원으로 이관되면서 예산이 21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64억 원까지 확대됐다"고 했다.
그는 지원의 '질적 성장'도 짚었다. '장애 예술 활성화 공모 지원사업' 신청 건수는 2017년 442건에서 올해 1209건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방 이사장은 이를 장애 예술인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이자 "장문원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이끄는 구심점이 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장문원은 지난 11일 열린 창립 10주년 언론간담회에서 향후 5대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장문원 역량과 위상 강화, 장애 예술의 지속 가능한 기반 조성, 장애 예술 접근성 확대를 통한 사회적 가치 확산, 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 장애 예술 저변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자, 방 이사장은 "사실 5대 과제는 새롭다기보다 문화예술 분야라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중요한 건 장문원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장애 예술인이라면 '거기 가면 무엇이든지 의논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열린 공간이 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발전해야"
장문원은 지난 10년을 태동기(2015~2016), 성장기(2017~2021), 확장기(2021~2025)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2026년 이후, 장문원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방 이사장은 이를 '주류 예술계 진입기'라고 정의했다.
"예술의 발달 단계는 먼저 '나는 장애 예술인이다'라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예술로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는 단계입니다. 세 번째가 주류 사회로의 진입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직 아웃사이더 예술이에요. 주류 예술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죠.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 예술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에요.”
그는 그러면서 2026년 이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발전하는 '공진기'(共振期)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문원 설립 10주년 기념행사 때 공연 중인 '수어 아이돌' 빅오션.(장문원 제공)
방 이사장은 이미 '숨은 진주' 같은 장애 예술가들이 곳곳에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다운증후군 연극 배우 백지윤, 그리고 '수어 아이돌' 빅오션(Big Ocean)을 언급했다. 백지윤은 최근 연극 '젤리피쉬'에서 주연을 맡아 진심 어린 연기로 호평받았다. 빅오션은 청각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모인 그룹으로, 올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부문에 올랐다.
그는 "젊은 세대가 열광할 수 있는 장애 예술가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장애 예술가를 발굴하고 교육하고, 또 함께 공연도 만들어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방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장애인 예술을 '소외계층 문화'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장애인 예술을 '그냥 예술'(just art)로 봐주세요. 장애인 예술인들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과 그린 그림을 함께 보고 공감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