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에 ‘한일령’ 현실화…한국, 반사이익 기대감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후 04:29

서울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명상·이민하 기자] 대만을 둘러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관광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적 타격과 함께 한국의 반사 이익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동아시아 관광업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대만 발언으로 중·일 갈등 격화

경주 APEC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사태의 발단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즉각 ‘내정 간섭’이라며 항의하고 13일에는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한 외교 공세에 나섰다.

이어 중국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가까운 시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것을 엄중히 주의하라”며 사실상의 여행 자제 권고를 발표했다.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의 항공사는 지난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 노선을 대상으로 항공권 취소 및 변경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쓰촨항공·하이난항공 등도 같은 조치를 내놓으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한일령’(限日令)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 높은 일본, 긴장감 고조

도쿄 센소지 (사진=일본정부관광국)
일본에서는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이 벌어졌을 때 중국인 방문객이 크게 급감했던 일이 있다. 당시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센카쿠를 매입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중국에서는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방일 중국인은 2012년 142만 5100명에서 2013년 131만 4437명으로 7.8%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파장은 예전보다 더 클 전망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체 방일 외국인 방문객 3165만여 명 중 중국인은 약 748만 명으로 23.6%를 차지했다. 2012에 비해 방문객이 5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또한 지난해 기준 중국인 관광객의 연간 지출액은 1조7265억 엔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액의 21.2%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경제는 과거보다 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사이익 기대감 커지는 한국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객들 입국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중·일 갈등과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이어 한류 콘텐츠의 인기, 지리적 근접성, 경주 APEC에서의 한중 정상 회동 등의 호재가 맞물리며 한국이 일본 대체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외교 문제로 일본으로 향하던 일부 중국 수요가 제주를 비롯한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객실 고객의 65% 이상이 외국인인데, 그중 80%가 중화권 손님이라 추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호텔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 방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수요가 한국을 대체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유치 프로모션으로 K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지노 업계도 ‘큰손’ 중국인 방문 증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 조치가 길어질 경우, 일본 대신 한국의 카지노 산업 역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입장객 중 중국인이 약 60%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번 갈등으로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일부 수요가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면서 “과거처럼 양국 갈등이 크게 확산되면 더 큰 영향이 생길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눈에 띄게 드러나는 변화는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찾는 중국인 감소도 긍정적

인파로 가득한 명동 (사진=연합뉴스)
더불어 동남아로 가는 중국인 수요의 분산도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 최대의 관광국인 태국의 경우 최근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를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태국 방문 외국인은 1699만 명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인 방문객은 2019년 대비 34.2% 감소했다. 유명 중국 배우가 태국에서 납치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불안 심리가 커진 데다, 바트화 강세까지 겹치며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외부 요인은 중국인 관광객의 새로운 대체지로 한국이 부상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방문객 증대가 화두인 한국 관광산업에 좋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광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같은 권역 안에서 서로 대체재가 되는 구조”라며 “중·일 양국 갈등의 여파에 따라 한국으로의 수요 전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항공 노선 확대 등의 노력에 따라 근거리 여행 수요가 한국으로 일부 대체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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