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7일 국내 초연하는 바그너(1813~1883) 오페라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 얘기다. 그간 일부를 축약해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인 적은 있으나, 정식 오페라로 전막을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달 국내 초연하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작진과 창작진의 모습. 왼쪽부터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연출가 슈테판 메르키,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는 “그간 선보였던 오페라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어서 사실상 이번이 재단법인 출범 이후 오페라를 연주하는 첫 무대”라며 “서울시향이 쌓아온 역량을 집대성하는 무대를 선보이겠다. 또 단원들에게는 큰 도전인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작품 지휘는 다수의 바그너 작품을 연주한 경험이 있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맡는다. 이번 협업은 최 단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최 단장은 “처음 츠베덴 감독이 서울시향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바그너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연주 당일 직접 찾아가 제안했다”며 “연출자 설득도 직접 독일에 가서 (작품 참여) 요청했다”고 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무대에 서는 성악가 브라이언 레지스터(트리스탄)와 엘리슈카 바이소바(이졸데).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츠베덴 감독은 “바그너의 작품은 한 번 들으면 온종일 사람을 놔주지 않는 ‘마약’ 같은 음악”이라며 “반드시 공연에 와서 음악의 한 일부가 돼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다와 배라는 원작의 배경에서 벗어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으로로 옮긴 점이 이번 무대의 특징이다. 스위스 출신 연출가 슈테판 메르키가 연출을 맡아 원작에 등장하는 바다를 우주로, 트리스탄의 배는 우주선으로 표현한다.
메르키 연출은 “바그너 음악에서 죽음은 하강하는 선율로, 그리움과 욕망은 상승하는 선율로 표현된다. 이처럼 무한히 출렁이는 물결 같은 바그너 음악 안에 표현된 그리움과 욕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우주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간, 조명, 음악을 통해 초월적 그리움과 사랑을 시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에는 바그너 오페라에 친숙한 베테랑 성악가들이 낙점됐다. 트리스탄으로 출연하는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은 바그너 작품에 다수 출연해 ‘헬덴 테너’(바그너 주역을 노래하는 영웅적 테너)로 불린다. 이졸데 역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는 11년 연속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무대는 거대한 우주선 형태다. 무대 중앙의 나선형 구조물은 바그너 특유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현실, 또 다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거울과 조명 등을 활용해 별을 표현하는 등 구원의 이미지를 시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의상은 우주복, 군복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최상호 단장은 “우리 오페라단이 몇 해 동안 꾸준히 쌓아온 바그너 제작기의 정점이자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국내 초연하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작진과 창작진의 모습. 왼쪽부터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연출가 슈테판 메르키,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