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이끄는 '이집트 대박물관' 기념품점…세계 유일 운영 모델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21일, 오전 08:53

뮤지엄'(MUSEEUM) 권재영 공동대표 겸 파이낸스 디렉터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집트의 영원한 유산을 현대적인 시각과 목소리로 존중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GEM)의 공식 개관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공식 기념품점 운영자는 다름 아닌 '뮤지엄'(MUSEEUM)의 공동 설립자 겸 파이낸스 디렉터인 한국인 권재영이다.

11일 공식 개관한 GEM은 70일을 매일 방문해야 전체를 다 관람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박물관 내 공식 기념품점은 입장료와 함께 박물관의 주 수입원이다. 이 기념품점이 한국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집트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관람객들의 소매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GEM 관람 직후 귀국을 앞두고 권재영 디렉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GEM 기념품점 운영은 물론 이집트 문화 관광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집트 대박물관 로비 © 뉴스1 김정한 기자

권재영 디렉터는 "GEM 기념품점의 운영은 국가 보조금이나 국민 세금이 아닌 사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이윤을 창출해 정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며 "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운영 모델로 박물관 세계에서는 굉장히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입찰 당시, 경쟁사들은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해외 유명 박물관들과 협력해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권재영 디렉터가 이끈 당시 하산 알람 그룹의 컨소시엄인 '뮤지엄'은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권재영 디렉터는 "우리는 이집트인의 애국심에 호소했다"며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이집트 내에서 이루어지는 운영과 이윤 창출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델에서 이윤 창출은 매우 중요했다. 티켓팅 수익이나 스폰서십, 기부금은 조건부가 붙거나 수익의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은 100% 박물관 운영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권재영 디렉터는 상품 판매 전략에 주력했다.

뮤지엄'(MUSEEUM) 권재영 공동대표 겸 파이낸스 디렉터 © 뉴스1 김정한 기자

그에 따르면, 제안서의 탑 라인은 '베스트 오브 이집트'(Best of Egypt)였다. 모든 제품이 이집트 국내에서 제작되고, 상품도 국내에서 생산하며, 전 지역의 수공예품을 프로모션해야 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혔고, 마침내 5년간의 운영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GEM의 10만 점이 넘는 유물 중 어떤 것을 상품화 아이템을 결정하는 데만 10개월이 걸렸다. 디자인 팀은 갤러리 내 유물 디자인과 스토리를 그대로 반영하되,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데 주력했다.

권재영 디렉터는 이집트 공예품 시장의 문제에 대해 "외국에서 돈이 들어와 소외된 계층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는 이니셔티브는 많았지만, 이 기술을 가지고 물건을 팔 시장이 없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뮤지엄은 디자인에 적극 개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예품 장인들은 기술은 있는데 디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고, 바구니나 보석 상자 같은 것은 디자인이 지나치게 이슬람식이고 구식이었다"며 "이에 우리는 우리 방식의 디자인을 제시하고, 현지 수공예 기술자들을 설득하면 디자인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뮤지엄'(MUSEEUM) 권재영 공동대표 겸 파이낸스 디렉터 © 뉴스1 김정한 기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GEM 개관 첫날 기념품점은 하루 매출만 약 1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준비했던 1400개 물품이 완판됐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분(Baboon) 원숭이 형상 토트백, 골든 슬라이(금색 팔) 디자인으로 만든 머그, 접시 등이다. 특히 바분 토트백은 오픈 첫 주에 600개가 팔렸다.

기존 이집트 굿즈의 '금색 번쩍거림' 일색인 디자인을 깨는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이집트 사람들이 너무 번쩍거려서 기념품을 집에 달 두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과감하게 색을 빼버리고 검은색이나 베이지색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줬다. 이것이 주효했다.

권재영 디렉터의 다음 계획은 뭘까. 그는 GEM에서의 성공적인 운영 모델을 기반으로 더 큰 무대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아예 이를 전담할 회사도 따로 차렸다.

그는 "다음 스텝은 이집트 내 다른 유적지로 진출하는 것이다"며 "이미 이집트 내에서 문명 박물관에 입점해 있고, 피라미드 쪽에서도 연락이 왔으며, 사기업들이 세계적인 문화 유적지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엄'(MUSEEUM)의 진열 중인 상품들 © 뉴스1 김정한 기자

권재영 디렉터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C-파델(C-Padel)과 같은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을 원하는 중동의 다른 국가들로도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집트의 풍부한 문화적 리소스를 제대로 상품화해, 지역 장인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이집트 문화 관광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처음엔 낯선 한국인의 제안에 반신반의하던 이집트의 수공예 기술자들 역시 권재영 디렉터의 진심에 마음을 열고 적극적인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실제로 버스를 대절해 GEM 기념품점 현장을 방문, 그 성과를 눈으로 지켜보며 보고 감탄하며 기뻐하고 있다.

그는 "이집트의 리소스는 너무 풍부하고 훌륭한데 이것이 제대로 상품화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집트에서 만든 퀄리티 있는 상품을 통해, 이집트의 영원한 유산을 현대적인 시각과 목소리로 존중하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현재 GEM 방문객은 해외 관광객 80%, 이집트인 20%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권재영 디렉터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들을 상대로 이집트 문화유산 상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한 이집트 문화산업에 기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주목받는 사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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