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통한 기사 요약·문제집 제작은 '저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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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6:1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인공지능(AI)이 시중에서 판매 중인 교과서를 학습해 새로운 교과서나 문제집을 만드는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유관 기관 해석이 나왔다. 뉴스 기사 원문 전체를 학습해 요약문을 서비스하는 기술도 저작권 침해로 판단했다.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해설 설명회. (사진=한국저작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대국민 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표했다.

문체부와 위원회는 AI가 대량의 저작물을 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경우까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일자 지난 9월 특별분과를 발족해 안내서를 마련해왔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안내서는 국내 판결 등을 참고해 AI의 대량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 요건으로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 침해 △이용 목적의 변형성 부재 △사회적·공익적 목적의 부재 △영리 목적 등 네 가지를 들었다. 구체적인 대표 사례로는 뉴스 기사, 교과서, 상업용 이미지, 음악 저작물의 대량 학습을 제시했다.

뉴스 기사의 경우 언론사의 허락 없이 기사 전체를 AI가 학습하게 한 뒤 기사 요약을 상업적으로 서비스하는 경우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무단으로 수집한 저작물로 변형적 목적을 인정하기 힘들고, 결과물이 저작권자인 언론사에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교과서를 학습시켜 새로운 교과서나 문제집을 만드는 행위도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봤다. 뉴스 기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목적의 변형성을 인정할 수 없고, 출판사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료 이미지를 구매한 뒤 AI 학습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도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역시 상업용 이미지를 제작한 회사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방해하고, 저작권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I가 음원사이트에서 구매한 노래를 대량으로 학습해 이른바 ‘AI 커버곡’을 작곡하는 것도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원저작물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체해 경제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위원회는 가수의 목소리나 노래 스타일을 단순히 모방한 경우 직접적인 복제 행위로 보기 어렵지만, 가수의 실제 노래를 복제해 학습한 경우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안내서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네 가지 사례로 △공공데이터를 자연어처리(NLP) 모델 학습자료로 사용하는 경우 △공개된 논문을 학습해 그 요약문을 제공하는 경우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이공계 논문의 표·그래프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경우 △범죄자 동작 패턴 분석을 위해 합법적으로 구매한 영상을 학습한 경우 등을 제시했다.

강석원 위원장은 “이번 안내서는 권리자와 AI 개발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심도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공정이용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며 “인공지능 학습과 관련해 제기되는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위원회는 이번 설명회에서 수렴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안내서를 연내 정식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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