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인공지능(AI) 영상 제작에 정답은 없기에 각자의 환경에 맞는 최적의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AI 툴(도구)과 다른 기술 툴을 동시에 적절히 연계 활용해 자신만의 정답을 만들어나가는 방식도 있다.”

정창익 CJ ENM AI 스튜디오 팀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창익 팀장은 ‘AI 시대의 새로운 협업 방정식’을 주제로 열린 오후 세션의 연설자로 나서 CJ ENM을 비롯한 최근의 콘텐츠 기업이 실제 AI 기술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덕션 과정을 전했다.

정창익 팀장은 CJ ENM의 첫 AI 장편 애니메이션 ‘캣비기’를 기획하고, 자사 AI 영화 ‘엠호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AI 콘텐츠 제작 현장의 최전선에서 변화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정 팀장은 “우리 회사는 투자배급과 기획을 주로 하고 실제 영상 제작은 외부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게 일반적 콘텐츠 제작의 프로세스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협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는 기술로 발전된 예술이다. 특히 시각특수효과(VFX)의 등장 전까지 콘텐츠의 표현 방식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VFX 도입으로 영화 표현이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장르 제작 가능해졌고, 이와 함께 현장에서 곧바로 컴퓨터그래픽(CG)을 혼용해 편집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VP라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 덕분에 우리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스튜디오 안에서 다양한 공간을 영상으로 구현하며 찍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이제 AI가 등장했다. AI는 VFX와 VP로 소화했던 모든 과정을 하나의 툴로 총망라해 책상 위에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영화 전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AI는 불과 태동한 지 2~3년도 안 된 따끈따끈한 기술이다. 이 기술이 가진 특성은 매일매일 성장하고 업데이트가 된다. 진화 및 발전 속도가 빨라서 이 속도를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AI 콘텐츠 프로덕션이 기존의 일반 콘텐츠 제작 프로덕션과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영상 제작과 편집의 과정이 통합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콘텐츠 프로덕션 과정은 창작자가 영상 촬영을 먼저한 후, 만들어진 촬영본을 덜어내고 편집해 완성본을 만드는 작업 순으로 이뤄졌다. AI 프로덕션은 창작자가 텍스트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만든 후, 이미지들을 곧바로 영상화할 수 있다. 촬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생략된 만큼 영상 이미지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편집이 동시에 이뤄진다.

정 팀장은 “AI는 사람의 시선보다 이미지의 많은 요소를 면밀하게 살핀 뒤, 앞서 입력된 이미지의 상태를 기반으로 다음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예컨대 이미지에서 사람이 책을 든 채 서 있다면 다음 이미지에서 책을 펼쳐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AI로 영상을 만들 땐 창작자가 프롬프트 명령 문구에 어떤 설명을 입력해뒀는지, 앞선 이미지가 어떤 형태로 삽입돼있었는지를 자세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이미지가 나와야 하는데, AI의 사고방식이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제대로 된 설명을 입력했다 한들 그 결과물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미지 간의 일관성 역시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짚었다.

정 팀장은 이런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J ENM에선 3D 모델링 등 정밀함과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미지 기술 툴과 AI 툴을 연계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콘텐츠 제작 프로덕션에 자주 활용됐던 VFX 기술로 이미지들을 먼저 만든 후, 랜더링(이미지 합성) 과정에 AI 툴을 활용해 작업 시간을 줄여가는 방식이다. 정 팀장은 “아직 AI만 갖고 무언가를 완성하는 것은 일관성 유지, 장면 구성의 자유를 누리기에 한계가 있다. 대신 이 애로사항을 VFX 등 기존 기술에 기대고 협업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결과물이 예측되지 않는 AI이 불확실성을 역으로 활용해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을 하는 방법 역시 존재한다고도 소개했다. 정 팀장은 “이 후자의 경우는 작업 과정에서 편집 방향을 계속해서 변경해야 한다”며 “그래서 어떤 분은 AI로 영상을 만들 땐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작업한다고 하더라. 어차피 내가 원하는 100%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기획안을 쌓아가는 과정이 소모적인 것”이라며 “간단한 시놉시스 정도만 구상한 뒤 불규칙성을 기회로 활용해 작업하는 방식 역시 앞으로 AI 영상 창작에서 자주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AI 제작에는 확실한 정답이 있지 않다”며 “기업과 개인 각각 처한 환경과 여건에 맞는 최적의 방법들을 각자가 찾아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AI 기술을 다른 기술과도 적극 연계한다면 뛰어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개막해 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 기반 콘텐츠의 최신 흐름을 공유하고 산업 확산 지원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AI, 콘텐츠에 영감을 불어넣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에선 △전시 체험관 △컨퍼런스 △AI 상영관 △크리에이터 미니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