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리면 끝"… OTT업계 합종연횡 속도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전 06:01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1강 체제가 굳어지자, 이에 맞서기 위한 ‘반(反) 넷플릭스 전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미디어 기업들은 단독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인수·합병(M&A), 콘텐츠 제휴, 번들 요금제를 앞세운 ‘규모의 경쟁’으로 재편 중이다.

티빙(오른쪽)과 웨이브 로고.
디즈니는 훌루(Hulu)를 완전 인수한 뒤 디즈니플러스·훌루·ESPN+를 묶은 3종 번들 요금제를 미국 시장의 표준 상품으로 만들었고, 파라마운트는 쇼타임을 파라마운트+에 통합했다. 아마존은 MGM 인수 이후 프라임 비디오 안에 HBO·파라마운트+ 등 경쟁 OTT를 ‘유료 채널’로 편입시키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CJ ENM(035760)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는 단독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공감대 속에 합병을 추진하며 ‘한국형 메가 OTT’ 구축에 나섰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을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MAU로 봤을 때 기준 국내 1위 플랫폼이 된다.

티빙은 디즈니플러스와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하며 이른바 ‘이중 연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사는 유통 협력과 마케팅 제휴를 통해 구독 결합 상품을 확대하고, 넷플릭스 독주에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OTT 괴물’ 넷플릭스에 대항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두 플랫폼을 단순 합산하더라도 자본력, 글로벌 유통망, 데이터 규모 면에서 넷플릭스와는 여전히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국내 OTT 진영의 결속력은 이미 상당 부분 약화됐다. SBS는 웨이브에서 사실상 이탈해 넷플릭스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고, 쿠팡플레이는 프리미어리그와 국가대표 A매치 등 초대형 스포츠 중계를 앞세운 독자 노선을 택했다. 이로 인해 국내 OTT 간 ‘공동 전선’이 느슨해지며 합병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익성 악화도 심각하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711억 원, 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만 영업이익 174억을 올리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매출로 잡히지 않는 각종 서비스 이익까지 감안하면 넷플릭스가 매년 한국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실질 수익은 수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OTT 경쟁은 개별 플랫폼 싸움이 아니라 자본·플랫폼·유통망을 모두 묶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연대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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