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이해준은 내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렌트’의 로저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사진=신시컴퍼니).
이해준은 2013년 뮤지컬 ‘웨딩싱어’ 앙상블로 데뷔한 뒤 중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데뷔 13년차인 올해 5월에는 첫 단독 콘서트 ‘프롬 해븐(From Hae:ven)’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겉모습은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의외로 여린 남자인 ‘렌트’의 ‘로저’와 실제 모습이 닮아 있다.
‘렌트’는 푸치니 ‘라보엠’을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청춘 이야기로 다시 써낸 작품이다. 창작자 조나단 라슨이 직접 마주했던 시대의 열기와 불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동성애·에이즈·마약 중독 등 당시 기득권이 외면하던 현실을 정면에 내세우며 청춘들의 진짜 목소리를 무대 위에 끌어올렸다.
1996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젊은 관객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단숨에 시대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퓰리처 드라마상과 토니상 4개 부문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한국에서도 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청춘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렌트’를 하면 스타가 된다길래 오디션을 정말 열심히 봤다”며 웃은 이해준은 기쁨만큼 책임감도 컸다. 이해준만의 로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로저는 에이즈 진단으로 연인을 잃은 뒤, 남은 시간을 음악으로 채워가는 인물이다. 그는 “‘로저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왜 끝까지 노래를 쓰려고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다”면서 “존재를 남기고 싶다는 예술가의 본능도 있겠지만, 결국 간절히 구원을 바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저 역은 남경주, 이건명, 조승우 등 굵직한 배우들이 거쳐온 역할이다. 이해준만의 로저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쉽게 부서질 만큼 여린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일종의 ‘겉바속촉’(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로저에게 다가오는 미미를 밀어내며 ‘어나더 데이’(Another Day)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이해준은 “로저는 미미를 보면 죽은 여자친구가 겹쳐 보여 좋으면서도 두렵다”며 “간절히 원하지만 밀어내는 순간이 로저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뮤지컬배우 이해준(사진=신시컴퍼니).
차기 작품을 향한 욕심보다, 지금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이해준은 “목표를 정해놓으면 막상 이루고 난 뒤 허탈해지고, 또 다른 목표를 잃곤 한다”면서 “맡은 캐릭터로 마음을 움직이고 ‘매력 있는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지금의 꿈”이라고 부연했다.
누군가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내 무대를 보고 누군가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보람찬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2월 22일까지.
뮤지컬배우 이해준(사진=신시컴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