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법을 어길 때 (열린책들 제)
이 책은 인간의 법과 동식물의 단순한 본능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탐구한다. 저자는 과학 저술가 메리 로치다. 그는 콜로라도, 인도령 히말라야, 성 바오로 광장 등 갈등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인간과 야생 동물의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곰 관리자, 법의학 수사관 등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는 동식물은 자연의 범법자들일까? 저자는 사실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며, 우리가 과학을 동원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무단 횡단하는 동물에 대한 대응법, 위험한 나무 관리법, 비행을 방해하는 새 통제법 등 각각의 사안은 종의 특성, 상황, 부차적 피해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신중한 검토와 과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로치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 문제부터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호의가 야기하는 재앙,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비효율적인 퇴치 행위, 그리고 보금자리인 썩은 나무를 제거하는 인간의 행동까지 자연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깊이 파고든다. 곰 '재배치' 같은 손쉬운 대책이 대중의 불안을 관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야생 동물에게 인간 거주지를 먹이 창고로 인식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또한 도로 위 동물 충돌 문제 해결을 위한 생태 통로, 감지기 등의 다양한 과학적 시도를 취재하며 "처벌보다는 예방이 낫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를 제시한다. 단순하고 즉각적인 해결책에 매달리는 인간과 달리, 생태계는 복잡한 관계망으로 유지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책은 날카로운 통찰, 재치 있는 유머, 그리고 다정한 시선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단순한 생태 문제가 아닌 정책, 경제, 문화, 정서가 뒤엉킨 복합적 사회 현상으로 바라본다. 자연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진정한 공존은 과학적 이해와 공감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탐구하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 자연이 법을 어길 때/ 메리 로치 글/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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