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문이 닫힌 적 없었다"…'올리브나무 집'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2월 15일, 오전 09:16

[신간] '나나 올리브에게'

올리브나무 집과 그 집을 거쳐 간 이들의 편지를 엮어 회복의 서사를 담아낸 '나나 올리브에게'가 출간됐다. 책은 전쟁과 상실 이후에도 삶이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한 집을 중심으로 얽히는 기억·연대·돌봄의 장면들로 증명한다.

책은 '올리브나무 집'에 대한 소문에서 시작한다. 커다란 올리브나무가 지키는 그 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고, 찾아간 이들은 "그 집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서로에게 전했다.

삼십 년 전 약속을 떠올린 한 소년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다시 그 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문을 연다. 초록 이끼로 덮인 벽, 여기저기 무너진 흔적, 어제 본 듯 그를 맞이하는 얼룩무늬 개와 허리 꺾인 올리브나무.

집 안에는 그곳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한 뻐꾸기시계, 폭격으로 반 토막 난 식탁, '우리 집'이라 부르던 이들의 키 눈금이 빼곡한 문기둥이 남아 있다. 편지·앨범·회고가 서로 얽히며 '한 사람'의 사연이 '여럿'의 목소리로 변주되고, 무너진 자리에 새살이 돋듯 일상의 시간이 복구된다.

편지 형식은 마음의 결을 가까이에서 만지게 한다. 개가 올리브 열매를 주워 먹고 탈이 날까 염려해 하나둘 줍다 보면, 어느새 비질을 하고 집을 정돈하게 되는 마음. 다리를 다친 개에게 보조바퀴를 만들어 주는 손길. 구멍 난 천장으로 보이는 밤하늘 아래 모여 앉아 체온을 나누는 장면들.

이런 작은 행위들이 무력감의 수압을 조금씩 낮추며 '살아 낸다'는 감각을 되돌린다. 이 이야기 바닥에는 상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저자는 전쟁 이야기를 '사람이 사람을 살게 하는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회피나 미화가 아니라, 다만 곁을 내주는 일·문을 닫지 않는 일·손을 내미는 일을 통해 우리가 서로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음을 고백한다.

저자 루리는 전작 '긴긴밤'으로 이미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글과 그림을 한몸처럼 움직여, 편지·앨범·증언이 장면마다 다른 질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 나나 올리브에게/ 루리 지음/ 문학동네/ 1만 5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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