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가평군에 위치한 통일교 핵심시설인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이첩받은 뒤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택과 국회의원 사무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택, 김건희 특검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에 이어 금품 공여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피의자로 전환됐다. 통일교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통일교 가평 천정궁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본부의 모습(사진=뉴시스).
통일교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통일교는 일본 정계에서도 스캔들을 야기한 바 있다. 자민당과의 관계가 논란이 됐다. 자민당 일부 의원이 통일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후원 연설을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일본 우익의 상징적 인물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했을 때 범인의 동기와 통일교의 일본 내 활동이 맞물려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아베 전 총리를 피격한 야마가미 데쓰야는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헌금해 가정이 파산했다”며 “아베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통일교와 친하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했다.
그가 언급한 아베 전 총리의 영상 메시지는 통일교와 관련 단체인 천주가정연합(UPF)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상영된 특별연설 영상이다. 일본 정계와 통일교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면서 종교 활동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정교유착’(政治敎癒着) 비판에 직면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아베 피살 사건은 ‘영감상법’(靈感商法)으로 인한 고액헌금 논란의 불씨도 됐다. 일본 정부는 통일교의 고액 헌금을 문제삼아 지난 2023년 10월 도쿄지방재판소에 종교법인 해산명령을 청구했고, 지난 3월 일본 법원은 통일교에 대해 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다. ‘영감상법’이란 ‘종교적 공포·구원·불행을 빌미로 고가의 물품을 사게 하거나 거액의 헌금을 유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일본 법원이 민법상 불법행위를 문제 삼아 종교법인 해산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일본 법원은 ‘종교인법 제81조’에 따라 △신도들을 상대로 집요하게 헌금을 강요한 점 △헌금 권유 과정에서 종교 법인의 재산적 이익을 우선시한 점 △신도와 가족에게 막대한 재산적 피해가 발생한 점 △상대방의 자산 상태와 가정 내 지출 결정권 등 민감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파악한 정황 등을 해산 사유로 제시했다. 통일교 측은 상급 법원에 즉시 항고했고, 항소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경찰이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첫 강제수사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 모습(사진=연합뉴스).
통일교는 1954년 한국 부산에서 문선명에 의해 설립된 신흥종교다. 종교활동 뿐 아니라 해외 선교, 언론, 관광·레저, 제조업, 교육·문화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자 수는 국내에 약 20만 명, 일본에 약 6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미디어 계열사로는 세계일보와 워싱턴타임스 등이 있고, 교육·문화 분야에서는 선화예술중·고교, 청심국제중·고교, 유니버설발레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통일교에서는 고(故)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 부부를 인류 구원의 주체인 ‘참부모’로 규정한다. 통일교 교리는 인간의 타락을 아담과 하와의 성적 타락에서 비롯된 ‘혈통의 문제’로 해석한다. 인류 구원을 위해서는 타락한 피를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예수의 미완의 사명을 완성할 메시아가 다시 이 땅에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선명·한학자를 신격화하고 성경과 다른 독자적 경전인 ‘원리강론’을 교리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 교단은 통일교를 오랫동안 이단(정통 교리에서 벗어난 종교 집단)으로 분류해 왔다.
문 전 총재가 2012년 타계한 이후에는 후계 구도를 둘러싼 심각한 내분을 겪었다. 문 전 총재는 생전 교단 승계자로 7남 문형진을 지목했으나, ‘어머니 한학자 총재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후 한 총재가 교단 운영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권력 구도가 재편됐고, 이에 반발한 문형진·문국진 등 일부 아들들은 교단을 떠나 미국에서 독자적인 교회를 설립했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이 과정을 두고 후계 갈등이 노골화된 ‘왕자의 난’으로 부르기도 했다.
내분 이후 한 총재는 교단을 이끄는 주체로서 자신의 비전과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자서전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는 평화의 어머니’(2020·김영사)에서 “종교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평화와 사랑으로 인류가 하나 되는 세상을 꿈꿔왔다”며 “모두가 한 가족이 되는 평화세계가 평생의 사명”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