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국 초연 무대를 선보였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원작은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이안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 6억 900만달러(약 9000억 원) 이상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맥스 웹스터 연출은 “‘라이프 오브 파이’는 생존과 상상력, 인간 정신의 강인함, 그리고 가장 어두운 폭풍 속에서도 발견되는 희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프로덕션은 처음으로 다른 언어로 재창조되는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광활한 바다와 동물은 과연 무대 위에서 어떻게 살아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공연은 영상·음향·조명을 세련되게 활용해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다.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공연으로,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 표현을 쓴 것이 납득된다. 배가 표류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을 채우는 거센 파도 소리와 생생한 물결 영상이 무대를 바다로 바꿔놓는다. 2층 파노라마석에서 장면을 본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이 같은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이 같은 퍼펫 예술로 해외 공연에서 ‘퍼펫티어’(인형을 움직이는 배우들)가 2022년 올리비에상 조연상(퍼펫티어 공동수상)을 거머쥐었다. 퍼펫 디렉터인 케이트 로우셀은 “퍼펫티어가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건 굉장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퍼펫티어도 공연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이는 관객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이야기의 균형을 무너지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은 진실과 상상의 경계에 선 박강현(파이 역)의 밀도 있는 연기다. 두 이야기는 모두 진짜인가, 아니면 심리적 허상인가. 작품은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단지 “어떤 이야기가 더 좋았나요?”라는 물음을 남길 뿐이다.
한국 초연 무대에는 파이 역의 박정민·박강현을 비롯해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찾아낸 27명의 배우와 퍼펫티어가 함께 오른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