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선관광 재개 움직임…中 사업가에 ‘국경 개방’ 조짐 보여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16일, 오후 03:02

중국 소재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가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나선 투어 재개-비공식 발표’ 공지 (사진=고려투어스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북한이 지난 2월 약 3주간 운영한 뒤 돌연 중단한 나선(나진·선봉) 지역 외국인 관광이 재개 수순을 밟고 있다. 아직 비공식 단계지만, 중국 사업가를 대상으로 국경을 여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관광 재개를 향한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중국 소재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16일 홈페이지에 ‘나선 투어 재개-비공식 발표’라는 제목의 공지를 게재했다. 여행사는 “지난 6월 16일 나선이 일부 중국 여권 소지자에게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일반 관광객이 아닌 나선 관광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희망하는 중국 사업가다. 고려투어스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북한 관광 재개와 나선 관광 재개를 향한 긍정적 움직임”이라며 “곧 국경이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북한 북부에 위치한 나선 경제특구는 올해 2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기 시작하며 약 5년 만에 관광을 재개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면 봉쇄했던 국경을 연 것이다. 고려투어스도 당시 여러 투어 그룹을 나선에 데려갔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국경은 돌연 닫혔다.

중단 배경으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서방 관광객의 SNS 후기를 이유로 꼽았다. 관광을 다녀온 외국인이 북한 내부 사정을 고스란히 공개하면서 당국이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영국인 유튜버는 북한 당국의 관광객 통제를 지적하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했고, 독일 인플루언서도 “북한 주민이 가난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 후기가 잇따랐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 출신 조 스미스는 “중국인과 접촉이 잦은 북한 관광 가이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물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까지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에게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화벌이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중단의 결정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수익을 위해선 규모가 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필수인데, 중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베이징 여행사 ‘즈싱허이’가 중국인 대상으로 모집한 나선 3박 4일 관광 프로그램은 출발 당일 돌연 무산됐다.

나선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북한은 다른 경로로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고려투어스는 내년 4월 5일 개최되는 ‘2026 평양 국제마라톤 경기대회’ 외국인 참가 접수가 매진됐다고 밝혔다. 마라톤-평양 관광 패키지 상품은 총 5개로 각 정원이 100명이다. 최소 500명의 외국인이 대회에 참가할 전망이다. 고려투어스는 “2026년에는 새로운 코스가 추가된다”며 “세계육상연맹 승인을 받아 향후 5년간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는 참가가 불가능하다.

고려투어스는 이번 나선관광 재개에 대해 “나선 관광 재개가 확정되는 대로 공식 발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