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5일, 경북 포항에 주둔 중인 미해병대 캠프무적(부대장 로니 D.마이클) 장병들이 북구 선린애육원에서 벽화 그리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이들이 그린 심슨 가족 캐릭터가 보인다. © 뉴스1 최창호 기자
1989년 12월 17일,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폭스(FOX) 채널을 통해 역사적인 첫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역사는 물론 전 세계 대중문화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첫 에피소드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기획됐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인 호머 심슨은 보너스를 받지 못해 산타 아르바이트를 하고, 결국 경주용 개 '산타 도우미'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는 당시 미국 시트콤이 고수하던 '완벽하고 화목한 중산층 가정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설정이었다. 가난하고, 실수투성이며, 때로는 비도덕적인 이 하층민 가족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심슨 가족'의 등장은 단순한 만화 영화의 탄생 그 이상이었다. 이 작품은 사회 전반에 깔린 위선과 정치, 종교, 교육 시스템을 날카로운 풍자와 블랙 코미디로 비판했다.
무능한 가장 호머와 반항적인 아들 바트는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와 교육적 도덕주의에 도전했다. 또한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을 성인들이 열광하는 지적인 콘텐츠이자 사회 비평의 도구로 격상시켰다.
첫 방영 당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보수적인 심슨 가족을 '청소년에게 유해한 본보기'라며 비난했지만, 젊은 세대는 그들의 솔직함과 냉소에 열광했다. 결과적으로 '심슨 가족'은 신생 네트워크였던 폭스를 메이저 방송사로 발돋움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심슨 가족은 현재까지도 방영 중인 미국 최장수 애니메이션이라는 대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5년 1월 9일 첫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호머 가족이 벌이는 각종 해프닝은 현대 사회를 비추는 가장 거대한 거울이 됐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스프링필드의 노란 가족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대중문화의 정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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