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해킹재난에 속수무책 대한민국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전 05:1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올해 대한민국은 잇단 ‘해킹 참사’에 휩싸였다. KT·SKT·쿠팡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금융·유통 대기업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사이버 보안이 현실적 위기로 떠올랐다.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해외 어딘가에 있는 범죄조직으로 흘러 나가고,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킹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거나 해킹 범죄 주체를 잡은 적이 거의 없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해킹이 심각해진 요인과 양상, 기술적·문화적 배경, 범죄 실태, 전망 등을 다룬다.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은 한국이 왜 ‘보안 공백’의 나라가 됐는지, ‘해커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했는지 치열하게 추적했다. 한국이 해킹이라는 문제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해왔는지를 짚는다.

저자들은 해킹 피해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집요하게 취재했다. 해킹을 당해도 신고하지 않는 국내 기업이 10곳 중 9곳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제시한다. 저자들은 기업들이 해킹을 당한 사실을 국가에 알려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정부가 기업을 가해자나 범법자로 몰아세우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킹의 생태계 안에서 공권력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어낸다.

저자들은 ‘해법은 처벌이 아니라 설계’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해킹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본다.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 사고가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이 빚어낸 명백한 ‘인재(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난)’라는 진단이다. 저자들은 “해킹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며 “한국적 조직문화와 정책 부재가 만든 보안 공백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천 뉴스